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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네임 바꾸면 합격 쉬워지나요?"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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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학생들이 학부생 구성의 다양성 때문에 대학입학 사정과정에서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어 한인을 비롯한 아시안 학부모들의 고민이 깊다.

"만약 흑인 학생과 아시안 학생의 점수가 같다면 아시안 학생이 280점이나 낮은 겁니다." 교육열이 뜨겁기로 소문난 LA인근 샌게이브리얼 밸리의 한 학부모세미나에서 듣게 된 얘기다. 강연자의 앞에 앉은 사람들은 모두 중국계 미국인으로 대학 카운슬러이며 역시 중국계인 앤 리씨가 인터넷에는 나오지 않는 교육 정보를 언급하기 시작하자 학부모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카운슬러 앤 리씨가 제시한 화면에는 SAT점수를 차이로, 대학입시에서 인종과 민족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 조사한 프린스턴 대학의 연구 결과를 보여줬다. 인종 차이에 따른 추가 점수를 그 연구는 '보너스'로 표현했다. 대부분의 백인 학생의 점수를 기본으로 했을때, 흑인은 보너스로 230점을 더 받았다. 만점 2400점 시스템에서 230점은 10%가 넘는다. 또한 히스패닉은 185점을 보너스로 받을 수 있다. 반면 아시안 학생은 50점을 '페널티'로 차감 당했다. 결국 SAT점수만 봐서는 흑인학생에 비해서 280점이 불리하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은 그동안 정확한 수치만 제시되지 않았을 뿐이고 입시 전문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심증을 갖고 있던 상식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된 이유도 잘 알려져 있다시피 명문대에 재학중인 아시안 학생들의 비율이 미국 전체 인구대비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시안들은 아시안 지원자에 대한 차별을 시행하고 있는 입학사정당국을 공격한다. 하지만 더 많은 아시안들의 입학은 그만큼 흑인계나 히스패닉계 학생들이 적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학생 구성의 다양성을 이뤄야 하는 대학들은 쉽사리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그러나 샌게이브리얼밸리의 중국계 학부모들에게는 다양성 때문에 자신들의 자녀가 명문대학에 입학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이민의 궁극적인 목적이 자녀가 명문대학 합격증을 받는 것일 수 있는데 그것이 어렵다는 게 이해해서 넘어갈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앤 리씨는 그래서 성적으로는 극복이 어려우니 과외활동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시 말해서 한인과 중국인 학생들이 갖추고 있는 '판에 박힌 아시안 스펙'을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씨는 "모두 오케스트라에 소속돼 있고 피아노를 친다. 테니스를 치고 모두 의사가 되려고 한다"며 "또한 정치적 경제적 자유를 찾아 미국에 이민온 얘기를 지원서에 쓴다. 이름만 다르지 마치 한 사람의 지원서를 보는 것으로 착각한다는 얘기를 듣는다"고 지적했다.

아시안들에게 또한 불리한 점은 학생 숫자라고 한다. 특히 샌게이브리얼 밸리 교육구에는 아시안 학생이 몰려 있다. API(학업성취도)가 높은 학교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수한 학생들이 몇개 안되는 톱명문대학을 겨냥하고 있으니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전교생이 4000명이면 아시안 학생이 3000명이 넘는다. 그래서 SAT점수를 높이려고 노력해봐야 '인종'때문에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다.

리씨는 그래서 판에 박히지 않은 과외활동을 권하고 있다. 테니스나 체스클럽, 태권도를 배우기보다는 차라리 이웃의 가난한 학생들을 위한 봉사활동에 나서게 한다고 말했다. 외국어도 중국어가 아닌 것을 선택시키고 에세이에도 부모가 미국에 온 얘기를 제발 빼라고 조언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리씨가 인용한 연구는 국내외적으로 학력을 오로지 표준시험 점수로만으로 결론을 도출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인종별 합격률이 중요하게 논란이 되고 있어 아주 무시할 수도 없다.

결국 다양성때문에 아시안 학생들이 불리함을 수긍하지만 자신의 자녀만은 하버드에 보내고 싶은 것이 모든 아시안 부모들의 염원이다.

많은 학부모들이 지원서의 인종칸을 체크하면서 고민한다. 어떤 학부모는 합법적으로 자신의 중국식 라스트네임을 서구식으로 바꾸면 유리하냐고 묻기도 했다고 한다. 여기서 한인을 비롯한 아시안 학부모들의 고민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장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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