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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와 후계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그럴듯한 말이다.
노태우민정당대표위원은 8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에서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우리나라에서는 후계자라는 말로 바꾸는것이 좋겠다』 고 했다.
자신의 「후계자설」에 대한 답변으로 둘러댄 말이지만, 그말자체는 옳다. 우리는 그동안 「차기 대통령』으례 후계자라는 말로 써왔다.
바로 우리의 관행이랄까 ,사고방식에 문제가 있다.
후계자와 후보자는 우선 어감부더 다르다. 후계자라면 은연중에 「대통령직」 을 물려받는 세습 (세습)의 인상이 짙다. 아니면 선양이나 선립을 한다는 뜻으로도 새겨진다.
법도 법이지만 민주국가에신 당치도 않은 말이다. 후계자를 지명은 할수 있지만 그를 대통령으로 뽑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이다.
후보자라는 말은 몇가지 필수조건을 갖고 있다. 하나는 페어 플레이의 경쟁이다. 이런 경쟁을 하려면 민주주의가 보장되어야한다. 당내 민주주의가 그것이다
야당도 아니고 집권당이 차기 대통령의 후계자를 뽑지 않고 후보자를 뽑는다는 얘기는 우리나라헌정사에 남을 일이다. 집권당이 당내 민주주의라는 것을 제대도 해본일이 몇번이나 있나를 생각하면 그런 과장이 이해될 것이다.
노대표의 얘기 가운데 또하나 「새로운 말」이 있다. 민정당에시 차기 대통령 「후보」 가 「몇사람」 이나 나올지 모른다는 얘기다.
몇사람이라는 말은 복수를 상정하는 얘기다.
이 말에 덧붙여 후보자의 부상은 앞으로 시기가 다가옴에 따라 『인위적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부각될것』 이라고 했다. 묘미가 있는 말이다.
인위적이 아니라는 말은 「지면」케이스 가 아니라는 말과 같다. 자연적이라는 말은 자유경쟁을 전제로 한 말이다.
88년의 정치 스케줄은 아직 코끼리다리만지기지만 집권당 대표위원의 말을 씹어보면 이처럼코끼리 다리 모양이 한가지, 두가지씩 손에 만져지는 것도 같다.
설령 그런 음미가 지금은 말꼬리를 잡는 단계이긴 해도 「방향」은 괜찮은 쪽으로 가는것 같다.
민주주의는 원천에서부터 제대로 되어야지, 모양만 갖추어서는 강할수가 없다. 노대표는 이제 민주정치의 서장 제일장을 얘기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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