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대-유연성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각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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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 남자복식 세계랭킹 1위 이용대(28·삼성전기)-유연성(30·수원시청)은 2016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독한 예방주사를 맞았다.

이용대-유연성은 지난 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말라와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말레이시아 슈퍼시리즈 프리미어 준결승전에서 김사랑(27)-김기정(26·이상 삼성전기)에게 0-2로 완패했다. 세계 최강 조를 꺾은 김사랑-김기정은 이 대회 정상에 올랐다.

이용대-유연성은 지난달 초 독일오픈 그랑프리골드 결승전에서 고성현(29)-신백철(27·이상 김천시청)에게도 졌다. 이용대-유연성은 이미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고, 김사랑-김기정과 고성현-신백철이 남은 티켓 한 장을 두고 다투고 있다.

국내 팀과의 경쟁도 쉽지 않지만 이용대-유연성은 여전히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아울러 리우 대회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남은 4개월을 준비하고 있다. 이용대-유연성을 지난 10일 쿠알라룸푸르 숙소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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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오픈 4강전에서 탈락했지만 이용대-유연성은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쿠알라룸푸르=김식 기자

어제(9일) 후배 조에게 졌다.
이용대(이)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일본과의 8강전에서 체력 소모가 많아 몸 상태가 썩 좋지 못했다. 경기장 안 바람의 영향도 받았다. 후배와 대결하면서 당황하기도 했고."
유연성(유) "두 친구들이 더 간절했던 거 같다. 네트 플레이에서 집중력이 대단하더라. 다음엔 우리가 더 잘해야 한다."
국내 팀과 붙으면 어떤 느낌인가.
  "실력 차이가 크기 않다. 우리 랭킹이 높으니 부담감이 더 크다. 상대는 우리를 더 많이 알고 있고. 우리는 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조급해지기도 한다."
유  "한국 팀보다 외국 팀을 더 많이 신경 써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올림픽에선 서로 경쟁하는 상대다. 같은 나라 선수로 생각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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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오픈 4강전에서 김기정 김사랑 조와 만난 이용대-유연성. 쿠알라룸푸르=김식 기자

현재 컨디션은 어떤가.
  "올림픽 전까지 최대한 많은 경기를 치르며 실전감각을 유지하고 싶다. 한 달 전부터는 체력보강에 집중할 예정이다."
  "오른 어깨 부상이 있었는데 90% 정도로 회복했다. 올해 초에는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았는데 점점 나아지고 있다. 우리의 플레이를 한다면 올림픽에서 충분히 (금메달을 딸)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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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용대는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했다. 쿠알라룸푸르=김식 기자

올림픽에 대한 자신감은.
 "세계랭킹 1위라고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건 아니다. 올림픽에선 우리도 도전자다. 개인적으로 리우 올림픽이 내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생각한다."
  "올림픽에서 마음을 편하게 먹을 순 없을 것이다. 당연히 금메달을 목표로 하지만 변수가 많을 것이다. 세계랭킹 1위라고 보장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누가 금메달을 지키고 있는 게 아니라 누군가 가져오는 것이다."
이용대 선수는 왜 리우 대회가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하는가.
  "남들은 대학 졸업 후 대표팀에 들어오는데 난 고등학교도 졸업하기 전에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스무 살이었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선 (혼합복식) 금메달을 땄다. 이번이 세 번째 올림픽 레이스다. 여전히 배드민턴을 좋아하지만 대표팀 생활을 오래 하긴 했다.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메달권에 있다면 또 도전하겠지만 리우 대회가 (마지막 올림픽이 되기에) 최적기라고 생각한다. 리우 올림픽 이후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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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대-유연성은 안정성과 팀 완성도 면에서 3년째 세계 최고다. 쿠알라룸푸르=김식 기자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선 뭐가 가장 중요할까.
  "경험과 자신감이다. 실력이 느는 건 한계가 있다.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하다. 내 실력에 대한 믿음을 갖는 것이다. 상대와 접전을 벌이고 있어도 우리가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지더라도 따라잡을 수 있다고 믿는다. 연성이 형이 나보다 선배지만 올림픽 경험은 내가 더 많기 때문에 이런 얘기를 자주 나누고 있다."

두 선수가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쓴 단어는 '우리'였다. 2013년 결합한 둘은 3년 동안 최고의 복식조를 이뤘다. 이용대의 경기 운영능력과 유연성의 갈한 공격력은 세계 최고의 조합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문가들이 대부분 그렇게 말하지만 무엇보다 두 선수가 그렇게 믿고 있다.

쿠알라룸푸르=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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