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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옹달샘 머무른 승려들 부끄러운 줄 알아야"…태고종 폭력사태 꾸짖은 재판장

중앙일보

입력

 
“종교 지도자인 피고인들이 과연 넓은 대양(大洋)을 지향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작은 호수에 안주하기보다 설령 증발할지라도 사막으로 나아가 자신을 불태웠어야 합니다….”

집단 폭력 사태로 재판에 넘겨진 태고종 승려들의 선고 공판이 열린 12일 서울중앙지법 법정. 형사9단독 강성훈 재판장이 피고인 13명을 일으켜 세웠다. 국내 불교 2대 종단인 태고종의 총무원장 도산스님과 비상대책위원장 종연스님 등 승려들이 고개를 숙인채 피고인석에 섰다.

강 판사는 승려 한 명이 제출한 석명서의 '해불양수(海不讓水·바다는 어떤 물도 마다하지 않는다)'를 인용해 이들을 준엄하게 꾸짖었다. 그는 “종교 지도자로서 수년 간 보여온 갈등과 재판에 임하는 태도를 볼 때 피고인들은 넓지 않은 호수에서 싸우다가 자기만의 옹달샘을 만든 것”이라며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린 학생들도 다 안다”고 했다.

강 판사는 “종교 지도자 이전에 다 큰 어른들의 행태라고 보기에도 부끄럽다. 초심으로 돌아가 성찰하고 인간에 대한 기본 예의를 깨닫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 판사는 이날 총무원장 도산스님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비대위 측 종연스님에게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징역 1년을 선고한 태고종 총무부장 등 2명은 법정구속하고 나머지는 집행유예형을 선고했다.

도산스님 등은 2013년 9월 태고종 총무원장 선임과 관련해 몽둥이와 쇠파이프를 들고 패를 갈라 싸우다가 폭력행위 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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