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 대통령 사저 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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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5·16혁명의 산실인 서울 신당6동62의43 고 박정희 대통령 사저에 2일 새벽 괴한이 침입, 부엌문 등 6곳에 석유를 뿌리고 불을 지른 방화사건이발생, 경찰이 극비리에 수사를 벌이고있다.
범인이 불을 지른 6군데중 부엌출입문 일부와 문턱이 탔으며 현관 출입문과 건넌방 창문아래가 심하게 그을렸으나 별다른 피해는 없었다.
사건당시 사저관리인 유두희씨 (32·어린이회관 과학부전자기사)와 부인 손경자씨(31), 아들 승우군 (5)이 안방에서 잠자고 있었으나 방화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범인이 방화때 사용한 플래스틱 석유통 2개와 담장을 뛰어 넘을 때 사용한 나일론끈 2개, 침입로인 담장밑 라일락나무가지에서 범인이 담을 넘을 때 다쳐 흘린것으로 보이는 핏자국 3개를 찾아내 국립과학 수사연구소에 감정을 맡겼다.
경찰은 범행장소가 전직 대통령의 사저로 5·16혁명을 모의한 산실이며 유품박물관으로 사용될 곳이어서 특별한 이해관계나 사감에 얽힌범행으로 보고 치안본부와 시경특별수사요원을 투입, 추적하고 있다.

<방화>
상오6시쯤 잠자리에서 일어난 관리인 유씨는『평소처럼 청소를 하기위해 안방문을 여는순간 매캐한 연기가 마루에 자욱했고 석유냄새가 심하게 났다』 고 말했다.
머리가 무겁고 골치가 아파 현관옆에 있는 안방으로 통하는 출입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온 유씨는 문간방 창밑에서 석유가 5분의1쯤 남아있는 2ℓ들이 흰플래스틱통이 있었고 현관 3군데 등 모두 6군데가 심하게 그을려있는 것을 발견했다.

<신고>
유씨는 이 사실을 육영수 여사 추모사업회 사무국장 김영자씨에게 알린 다음 상오6시50분쯤 서울성동경찰서유락파출소에 신고했다.

<현장>
현장에서는 범인이 남기고 간 플래스틱통 2개, 나일론끈 2개, 불쏘시개로 이용한 신문지(C일보 3월6일자) 일부가 발견됐다.
집뒤편에서 부엌으로 통하는 높이 2m·세로 1.2m의나무로 만든 출입문은 손으로 만지면 숯덩이가 떨어질정도로 새까맣게 탔으며 문도 아래부분이 폭 5cm정도 타다 만채 그을려 있었다.

<수사>
경찰은 현장에서 수거한 기름통에 석유가 많이 남아있고 신문조각도 그대로 흩어져 있는 점으로 미루어 방화목적 보다는 위협이나 겁을 주려했던 것으로보고 관계자들에 대한 원한관계 등을 수사중이다.
또 현재 사저에 고박대통령의 유족이 거주하고 있지 않기때문에 관리를 둘러싼 사감 관계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있다.

<사저>
대지 99평에 건평39평의 단층 기와집.
방 6개와 욕조 겸 화장실·주방·응접실 등이 있고 출입문과 창문은 2중문.
고 박대통령이 사단장(소장) 시절인 58년5월16일 고육영수 여사가 4백50만환에 사들였고 5·16혁명의 산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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