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아들 살인죄 형량 줄여준 ‘터미네이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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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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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놀드 슈워제네거

영화 ‘터미네이터’로 유명한 아놀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정치스캔들에 휘말렸다. 그가 주지사 재임 시절 부당하게 형량을 줄여줬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한 유력 인사의 아들이 출소를 앞뒀기 때문이다.

슈워제네거, 임기 마지막 날 감형
범인 출소 앞두고 논란 재점화

LA타임스는 2008년 공범과 함께 20세 청년을 칼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에스테반 누녜스(32)가 곧 풀려난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누녜스는 당초 살인죄로 징역 16년형을 선고 받았지만, 2011년 슈워제네거가 주지사 권한을 이용해 그의 형기를 8년으로 줄여준 덕분이다. 감형 신청은 슈워제네거가 8년 간의 주지사 생활을 마치는 날 밤에 이뤄졌다. 그가 임기 동안 내린 유일한 감형 처분이다. 피해자 유족은 이를 막기 위해 소송을 벌였지만 패소했다. 당시 슈워제네거는 “누녜스는 초범이고 공범에 비해 사건에 적게 관여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가 사석에서 “친구니까 당연히 도와야지”라고 말한 사실이 차후 밝혀져 논란이 됐다. 누녜스의 아버지 파비안 누녜스는 캘리포니아 주하원의장을 지낸 정계 유력인사로 슈워제네거와 가까운 사이다. 파비안도 2년 전 인터뷰에서 “아들을 위해 주지사 연줄을 이용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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