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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성숙기의 마지막 단계|미경제학자로스토교수 특별인터뷰|워싱턴=장두성특파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기자가 텍사스주 오스틴시에있는 「존슨」 대통령기념도서관 8층의 연구실로 「월트·로스토」교수를 찾아 갔을때 그는 자기가 20년전 서울대학교강의에서 『한국경제가 도약하고 있다』고 진단했던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는 한국경제가 자신의 경제성장모델에 따르면 이제 도약기를 넘어 성숙기의 마지막 단계에 와있으며 90연대부터는 첨단산업의 본격적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달러장세와 고금리현상및 미국내 보호주의 경향에 관해서는 지나치게 미국 본위의 주장을 폈으나 미국내 분위기를 가늠하는데 도용이 될듯해서 그대로 옮겼다.
다음은 본사 장두성특파원이 「로스토」교수와 가진 1시간동안의 회견내용을 간추린것이다.
-장특파원=교수께서는 한국의경제개발전망에 여러사람들이 회의적이였던때에 한국은 이미 「도약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던것이 기억납니다.
도약을 시작한 시기가 정확히 언제쯤이었다고 보십니까.
▲「르스토」 교수=도약의 선행조건은 61년과 65년사이에 이루어졌다고 봅니다.
처음에는 속도가 느렸지만 65년쯤 정부는 인플레를 억제하고, 경제성장 정책을 목적의식을 가지고 추진하기시작했지요.
내가 서울대학교에서 한국경제가 「도약단계」 에 들어섰다는 내용의 강의를 한것은 65년이었읍니다.
나는 이 연설이 회의적이었던 한국인들의 자신감을 결정시켜주는데 「조그마한 기여」를 했다고 자부합니다.
나는 그 이후 한국이성취한 결과에대해 경의를 표하고 있읍니다.
역사적 경험으로 볼때 한 국가가 도약하는데 20년이 걸리고 기술적 성숙기에 도달하는데는 60년, 합쳐서 80년이 걸립니다.
그런데 한국은 25년만에 그 과정을 완료했으니 19세기의 예에 비하면 3배나 빠른 속도입니다.
-그럼 현재 한국은 교수께서 규정한 경제성장 단계의 사다리에 어느 정도 올라 앉아 있읍니까.
▲이미 기술 성숙기를 완성하는 단계에온것 같아요.
이 시기가 화학·철강·TV·기계·컴퓨터초기기술등이 성숙하는 단계입니다.
80연대말까지는 내가 「제3산업혁명」 이라고 이름지은 이 단계를 완료하고 90년대부터는 「제4산업혁명」인 전면 첨단기술 단계로 가야합니다.
현재의 추진력이 계속 된다면 한국은 마이크로 전자산업·유전공학·신소재·로보트·레이저산업등 전반적인 첨단기술을 흡수하게 될걸로 봅니다.
물론 여기에는 정치적 안정과 그와갈은 성장방향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되겠지요.
-후발 개도국으로부터 가속적인 추격을 받고있는 한국으로서는 성장단계를 현재보다 빠른 속도로 거쳐 나가야할 현실적 필요를 느끼고 있습니다.
한국뿐아니라 일반 아시아의 개도국이 성장단계를 앞당길수있는 요건은 어떤것일까요.
▲그 요건은 갈 알려져 있지요.
첫째 높은 교육을 받은 노동력, 둘째 엔지니어링과 경영학의 훈련을 받은 인재군등 고도의 수용능력을 갖추어야 됩니다.
투자뿐아니라 새 기술을 수용할 능력이 마련되어 있어야하고 새기술을 쉽게 받아들이는 기업인이 많이 있어야 됩니다.
또 대학과 연구기관과 민간부문이 잘 연결되어 있는것도 중요하지요.
거기에 덧불여서 경제성장에 높은 우선순위를 두는 사회분위기도 중요합니다.
-한국과 같은 수준의 개도국들은 공통의 딜레머에 빠져있습니다.
값싼 노동력이 주는 이점은 잃어가고 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한 기술도입은 미국·일본같은 나라들이 잠재적 경쟁상대로 보고 협조를 않고 있습니다.
무슨 묘안이 없을까요.
▲그게 신흥공업국들의 최대의과제지요.
선진공업국이 한국을 경쟁상대로 보는것은 당연합니다.
사실이 그런걸요.
이제 한국도 『우리는 가난하니 보호를 받아야된다』 는 식의 「후진국 정신상태」 를 탈피할때가 왔읍니다.
기술양도란 뭐 유엔결의 하나로 봉지에 싸서 『자, 가져 가시오』라고 해서 주고받는 게 아닙니다.
기술획득은 반창조적인 활동이예요.
한국스스로 기초연구기관을 설립해서 급속도로 발전하고있는 외부기술을 습득하고 스스로도 세계기술축적에 기여해야 됩니다.
한국 인구는 영국이나 프랑스와 맞먹어요.
거기다가 고등교육수준도 비슷합니다.
60년부터 81년 사이 중진국의 20∼24세 연령층의 고등교육 획득률은 평균4%에서 14%로 늘어났는데 한국은 5%에서 18%로 늘어났어요.
평균치를 훨씬 앞섰습니다.
영국이 9%에서 20%로, 프랑스가 10%에서 26%로 늘어났어요.
한국의 교육성장은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수있는 정도입니다.
높은교육을 받은 이 젊은이들을 첨단기술발전에 동원하면 한국도 얼마든지 기술분야에서 경쟁할수있읍니다.
-달러화의 지속된 강세현상으로 여러나라들이 고통을 받고있습니다.
이 현상은 어떤 조건아래서 이른바 연착을 해서 통화위기없이 조정될수 있을까요.
▲미국경제와 함께 세계 경제는 4가지 질병을 앓고 있습니다.
첫째가 고금리입니다.
이때문에 두번째 고질인 비정상적 대미 자본유입현상과 달러유입 강세현상이 일어나고 세째미국이 무역적자를 겪고 넷째 재정적자가 생기고 있읍니다.
미국은 지금 달러강세 때문에 외국에서 들어오는 수입품에 대해 30%를 보조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건 역관세같은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두가지가 있을수 있어요.
국제수지적자를 줄이기워해 금리를 올리는것입니다.
그결과 불황이옵니다.
79년 수지적자때처럼 말입니다.
또 하나는 보호주의 조치를 취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볼때 우리가 해결해야할 문제는 미국문제만이 아니고 세계경제의 문제입니다.
세계경제가 다같이 팽창한다면야 연착이 가능하지요.
그러나 위기때에 문제를 ,해결하려하면 보호주의 장벽이 세워져 성장률이 둔화되게 됩니다.
-그러면 금리와 달러값을 연착시키기위해 해야할 처방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서로 협력해야 되지요.
미국이 금리를 내릴때 다른 나라들이 경쟁적으로 지나치게 금리를 내려서도 안됩니다.
또 미국의 수입초과 문제를 공동의 문제로 받아들여 대미 무역흑자국들은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상품을 사가야됩니다.
-부채를 짊어진 개도국들은 어떻게 성장을 계속하며 부채도 갚습니까.
미국같은 나라에 수출을 자꾸 늘리는길 밖에 성장의 길이 없지 않습니까.
▲부채국이야 미국이지요.
농담이 아닙니다.
미국이야말로 수출을 늘려야해요.
-미국이야 규모로 봐서 개도국과 비교가 안되지요.
▲농담이 아닙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미국경제의 바탕이 허물어져요.
이대로 미국이 1천억달러가 넘는 무역적자를 방관할수는 없어요.
이문제는 정치적으로, 안보면으로 또 경제적으로 지극히 위험합니다.
그래서 모든 나라가 같이 이 궁지에서 벗어나야 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의 가격과 품귀현상은 당분간 문제가없으리라고 봅니까.
▲당분간은 괜찮지만 79년이래 세계경제가 침체돼왔기 때문인것같아요.
경제붐이 오면 다시 이문제가 고개를 들것입니다.
경제가 회복되면 80연대말엔 석유공급이 압력을 받게될것으로 봅니다.

<필자약력>▲1916년 미국뉴욕생▲1936년 예일대 문학사▲1940년 예일대 경제학박사▲1950∼61년 MIT공대경제사교수▲1961년 「케네디」대통령안보담당보좌관 ▲1966년「존슨」대통령 대외문제담당 보좌관▲1969∼현재 텍사스주립대교수
▲저서=『경제성장의 제단계』(1960) 『정치와 경제성장단계』 (1971) 『세계경제의 역사와 전망』 (1978)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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