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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필화에 무감각한 한국 기업,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큰 코 다친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인한 필화 사건이 늘면서 이를 둘러싼 인사관리가 복병으로 등장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 기업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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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감옥에 갇힌 직장인들. SNS 이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를 둘러싼 인사관리가 인력운용의 복병으로 등장했다 [중앙포토]

2014년, 공기업 자회사의 직원이 트위터에 세월호 유족과 호남지역민을 비하하는 글을 올렸다. “죽은 자식 내세워 팔자 고치려는 탐욕스런 부모들”이라거나 야당 국회의원을 ‘홍어’에 빗대고, 광주민주화운동을 김정일이 배후조종했다는 식이었다. 이 글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해당 회사는 곧바로 이 직원을 징계해고했다. 그러나 지난해 이 직원이 해고 무효소송을 내 승소했다. “공기업이 아니라 주식회사여서 공무원 수준의 정치적 표현 자제로 품위를 유지할 의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징계의 정당성은 인정되지만 해고는 과하다는 뜻이다.

외국에서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인한 인사 문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미국의 한 온라인 미디어사 이사는 2013년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출장가다 “에이즈에 안 걸렸으면 좋겠다. 농담이다. 난 백인이니까”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해고됐다. 뉴욕타임스는 “SNS는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망을 교묘하게 다루기 위해 완벽히 디자인됐지만 개인을 파멸로 이끌 수 있다”고 했다.


l 인사관리 차원의 SNS 관리 중요해져


SNS 이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를 둘러싼 인사 관리가 인력운용의 복병으로 등장했다. 단순한 개인적 불만을 표시하는 차원을 넘어 외부에 공개되면서 순식 간에 기업이미지에 손상을 입힐 수 있어서다. 사생활 문제로 치부하기엔 기업이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가 크다. 심지어 중요한 핵심 기술이나 마케팅 정보가 빠져나가기도 한다. 이럴 경우 그 피해는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국내 대부분 기업은 이런 데 무감각하다. 체계적인 대응 체제를 갖춘 곳을 찾기 힘들다. 기껏해야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사과하고 진화한다는 정도다. 초보적 원칙에 입각한 대응이다. 기존에 쓰던 보안강화, 접근 제한, 이메일 모니터링 같은 통제된 방식이 아직도 주류다. SNS가 활성화된 상황에선 이걸로 부족하다. 그렇다고 임직원의 개인 사생활을 침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인사관리 차원의 SNS 관리가 더 난감한지도 모른다.

만약 회사 계정을 이용해 문제가 발생하면 비교적 단순하게 처리할 수 있다. 그 자체를 업무로 볼 수 있어서다. 근로기준법상 계약위반으로 징계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개인 계정을 이용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이런 경우 업무 관련 게시물인지, 사생활과 관련된 건지를 여러모로 따져야 한다. 업무관련 게시물이라면 개인 계정이더라도 기업비밀 누설, 이미지와 신용훼손, 자사상품 비판과 같은 행위는 문제가 된다. 심지어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예컨대 유명인의 방문이나 구매정보와 같은 고객 관련 자료가 SNS를 타고 퍼졌다고 치자. 이는 내부직원이 아니면 찍을 수 없다. 이에 대한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이 벌어지면 해당 직원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이 불가피할 수 있다.

소속 임직원이 개인 계정에 사회질서에 반하거나 외설, 비하, 극단적 정치발언을 올려 사회문제가 되면 어떻게 될까. 업무와 무관한 개인 사생활이라도 회사의 대외 신용이나 명예, 사회적 평가를 훼손했다면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경우 기준을 어떻게 삼아야 할지가 논란이다.

일본 쿠라시게 고타로(倉重公太朗) 노동변호사가 2014년 <노동시보>에 고려해야 할 다섯가지 요소를 제시했다. ①문제가 된 개인 계정에 해당 기업과의 관계가 명시·묵시적으로 나타나 있는지 ②행위자의 지위 ③기업의 신용이나 이미지 훼손 정도 ④내용이 사회통념상 상당한 범위를 일탈했는지 ⑤SNS 이용에 관한 교육연수를 실시하거나 서약서를 받았는지 등이다. 예를 들어 보자. 한 직원이 SNS에 특정 인종에 대한 차별이나 멸시 발언을 게재해 논란이 벌어졌다. 이 경우 직원과 소속회사 간의 관계가 드러나지 않았다. 따라서 회사의 명예나 신용이 훼손될 위험도 없다. 그런데 SNS 계정이 누구의 것인지 알려져 있거나 내용이 확산하고 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근무환경을 해칠 수 있어서다. 직급이 높은 직원이라면 사내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크다. 직장 질서를 해치는데 따른 복무위반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l 글로벌기업들은 SNS가이드라인 제정


징계를 한다고 경영 리스크가 줄어드는 건 아니다. 사후 약방문일 뿐이다. 그 사이 기업 이미지는 훼손될 대로 훼손된다. 사생활 인정 범위를 놓고 예기치 않은 사회적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리스크는 더 커진다. 결국 예방하는 게 우선이다.

SNS에 회사에 대한 불만을 게재하는 건 대체로 충성심이나 애사심이 낮아서다. 따라서 직원을 포용하는 기업문화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한 게 현실이다. 그래서 최소한의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전 직원이 공감하고, 공유하는 가이드라인 제정이 필요한 이유다.

글로벌 기업들은 대체로 SNS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행 중이다. 인텔은 “SNS에 참여하는 것은 권리가 아니라 기회이니 신중하라”, “인텔을 대신해 참여하면 소셜교육을 받고 센터에 문의하라”, “지나치게 경쟁사를 깎아 내리거나 인텔을 부추기지 말 것”이란 조항도 있다. IBM은 “회사와 관련된 일에 대해 작성할 땐 신원을 분명히 밝히고, 개인적 견해로 IBM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이 아님을 명확히 한다”, “억측을 초래해 고객을 곤혹스럽게 하거나 손해를 줄 수 있는 정보를 공표하면 안 된다” 등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일본 HP는 근무 시간 중에 SNS 사용을 금지하고, 휴식시간에만 허용하고 있다. 시설과 부지 촬영은 엄격히 금지한다. 코카콜라는 SNS로 회사를 홍보할 때 “반드시 회사와 연계된 사실을 공개하고 홍보하라”고 명시했다. 고객인 양 익명으로 홍보했다가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인터넷은 영구적이다.” 코카콜라가 가이드라인 말미에 적어놓은 문구다. 과거 사실이 튀어나와 언제 발목을 잡을지 모른다. - [도움말 한국경영자총협회]

김기찬 - 고려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 코리아텍에서 박사과정(인력경영 전공)을 수료했다. 중앙일보 논설위원이며, 고용노동 분야 선임기자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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