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첫눈에, 우정은 오랜 교류로 생겨나” 박 대통령, 멕시코 정상 앞 스페인어 시 읊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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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후(현지시간) 멕시코시티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 오찬에 참석해 엔리코 페냐 니에토 대통령과 건배하고 있다. [멕시코시티=김성룡 기자]

멕시코를 공식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본격적인 ‘스페인어 외교’를 선보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엔리코 페냐 니에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후 공식 오찬에서 노벨상 수상자인 멕시코 시인 옥타비오 파스의 시를 스페인어로 읊었다. 박 대통령은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멕시코 시인 옥타비오 파스가 ‘사랑은 첫눈에 생겨났지만 우정은 오랜 시간 잦은 교류를 통해 만들어진다(El amor nace de un flechazo; la amistad del intercambio frecuente y preolongado)’고 말했다”며 시구를 스페인어로 읽었다. 박 대통령은 건배 제의를 하면서도 다시 “비바 멕시코! 비바 꼬레아!”를 외쳤다.

미·멕시코 방문 마치고 오늘 귀국
육영수 여사 권유로 외국어 배워
기아차 현지공장 면세혜택 성과

박 대통령은 이어 열린 한·멕시코 비즈니스 포럼 축사에서도 “훈또스 바모스 아씨엔도 까미노(우리의 길을 함께 만들어 갑시다, Juntos vamos haciendo camino)” “무차스 그라시아스 뽀르 또도(Muchas gracias por todo, 모든 것에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스페인어 외교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9월 러시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처음 만난 니에토 대통령에게 스페인어로 인사를 건네 깜짝 놀라게 했다. 니에토 대통령은 다음달 다자회의에서 박 대통령을 다시 만나 “대통령님 마음에 듭니다”고 호의를 표했다. 박 대통령은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때도 수차례 스페인어로 대화했고, 지난해 4월 콜롬비아 대통령 주최 공식 만찬에선 콜롬비아 대문호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작품을 스페인어로 읽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고(故) 육영수 여사의 조언에 따라 학창 시절부터 외국어를 공부해 왔다. 지난 1972년에는 스페인 유조선 진수식에 초청을 받은 육 여사를 대신해 영애 자격으로 스페인에 가 5분간 스페인어 연설을 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니에토 “기아차 문제 해결 지시”=박 대통령은 이날 마지막 일정까지 ‘세일즈 외교’로 채웠다. 한·멕시코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비즈니스 포럼과 함께 열린 상담회에선 우리 기업 95개사와 바이어 181개사 간 총 466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우리 기업은 상담 결과 총 33건(86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때 성과를 합치면 총 50건(2억5400만 달러)의 계약이 성사됐다. 이번 상담회에는 95개사가 참여해 단일 상담회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기아자동차의 현지 공장 면세 혜택 등(4억 달러 규모)이 지연되고 있는 것을 풀 수 있는 계기도 마련했다. 니에토 대통령은 회담에서 “기아차와 주정부 간 이견이 만족스럽게 해결되도록 경제부 장관에게 지시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박 대통령도 감사를 표하면서 “멕시코 투자 환경에 대한 신뢰 제고 차원에서 연방정부가 적극 중재해 원만히 해결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멕시코 연방정부는 그동안 이 문제를 기아차와 주정부가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박 대통령은 한국시간 6일 오후 귀국한다.

멕시코시티=신용호 기자 nova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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