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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콩쥐, 의붓딸 CCTV로 감시하고 학대한 계모 징역형

중앙일보

입력

의붓딸을 CCTV로 감시하고 학대한 계모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춘천지법 형사3단독 이다우 부장판사는 상해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41·여)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또 보호관찰과 함께 아동학대 재범예방강의 80시간의 수강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30일 친딸(17)· 친아들(10)과 함께 인천으로 1박2일 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가면서 남편의 전처가 낳은 의붓딸 B양(14)은 집에 남겨뒀다. A씨는 집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로 B양을 감시하면서 집안 청소를 시켰다. B양이 집을 비우자 전화를 걸어 “집안이 돼지우리 같은데 청소를 하지 않고 어디 갔다 왔냐”고 욕설을 했다.

또 자정부터 오전 7시까지 거실바닥 걸레질 등 청소를 시켰고, 오전 7시부터 낮 12시까지는 다용도실 세탁기 앞에 가만히 서 있도록 하는 등 육체와 정신적인 학대를 했다. 게다가 이날 여행에서 돌아온 A씨는 오후 3시쯤 벌을 서다가 마음대로 그만뒀다는 이유로 B양의 머리를 주먹으로 밀치고 얼굴을 꼬집은 뒤 종아리를 10여 대나 때렸다.

A씨의 학대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3일엔 자신의 친아들이 아프다는 이유로 “너는 학교에 가지 말고 동생을 돌봐라”라며 수학여행도 가지 못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9월 21일엔 자신이 구입한 단백질 분말 가루를 B양이 “배가 고파서 먹었다”고 하자 단백질 분말 가루 통으로 B양의 머리를 덮은 뒤 욕설을 하며 발로 다리를 걷어차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히기도 했다.

또 비슷한 시기 B양의 옷장에서 먹다 남은 과자 봉지를 발견한 A씨는 “무슨 돈으로 과자를 샀냐”며 B양을 추궁했고, B양이 “배가 고파 편의점에서 훔쳤다”고 말하자 가위로 머리카락을 자른 것으로 알려졌다.

B양의 학대 사실은 결석이 잦은 B양을 면담하는 과정에서 몸의 멍 자국을 수상히 여긴 학교 교사가 경찰에 신고를 하면서 알려졌다.

이 부장판사는 “학대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점을 고려할 때 A씨의 죄질이 나쁘다”며 “다만 동종 전과가 없는데다 자백을 하고 반성하는 점, 피해자 외에 2명의 미성년인 자녀가 더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현재 B양은 친부와 계모에게서 분리돼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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