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규범 따라 생활하는 종교인 많다"|한국 갤럽조사연 남녀 4백 명 대상「종교심성」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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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국인의 종교적 심성에는 아직도 유교 규범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최근 서울시내 거주 남녀4백 명을 할당 추출,조사한 종교인구분포 측정 결과에서 밝혀졌다.
조사결과의 분석은 새로운 문화체계로 부상한 기독교는 내적 정신세계차원으로 전이중이고 불교는 유교와 기독교의 중간 단계에 있다는 것이다.
내면적 가치관에 따른 자기확인방법을 통해 측정한 조사자의 종교심성은 91%가 유교교리를 실제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한국인의 종교가치관은 기독교나 불교를믿으면서도 실제의 생활에서는 유교적 가치관을 실천하는 이중구조다.
제도적으론 기독교를 신앙하지만 내면의 심정적 가치로는 유교를 신봉하는 게 한국의 종교상황이다.
조사결과 한국인은 대체로 종교를 긍정하며 종교성향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자의73%가 자신의 생활에서 종교가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종교적 염원은 구도형·기복형·개혁형 등 3가지 유형으로 분류됐다. 구도형은 기독교·불교·유교의 순이고 개혁형은 불교·유교·기독교의 순이다.
이 같은 현상은 사회참여에 적극적인 기독교와 일반적으로 은둔·허무주의로 알려진 불교신앙형태가 전혀 반대로 나타난 것이다.
일반의 인식으론 기독교가 개혁형의 제1위가 되고 불교가 구도형의 제1위가 될 것 같은데조사결과는 정반대다.
다종교 상황의 한국인은 2개 이상의 신념체계를 갖고 있는 게 특징이다. 지식의 차원에서는 1개의 종교를 수용하고 있지만 심정적 차원에서는 또 다른 종교를 따른다.
각 종교별로는 유교가 심정적 내면가치 규범이면서도 제도적 기능이 상실돼 있는 상태이고, 불교는 승려집단의 정신적 영향력이 감소되고 있으며, 기독교는 아직 내면의 심정차원에 까지는 수용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신앙적 가치관은 구도가 55%로 가장 높고 잘사는 세상을 위해 참고 노력하는 개벽형이 32%, 기복형이 10%였다.
관혼상제에서는 결혼식의 경우 예식장 (41%), 교회(24%) 순인데 반해 장례식은 유교식(42%), 기독교식 (25%), 불교식 (19%)의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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