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영환의 제대로 읽는 재팬] “요즘 젊은이들, 재일동포가 모국에 기여한 역사 너무 몰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기사 이미지

민단 오공태 단장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이 올 10월 결성 70주년을 맞는다. 자유 민주주의 신봉 재일동포들이 ‘국민이 단결하자’는 취지로 창립한 민단은 한인 사회의 보루이자 한·일 간 가교 역을 맡아왔다. 한국 근대화의 견인차이기도 했다. 재일동포의 모국에 대한 투자와 경제위기 시 지원을 주도했다. 하지만 민단과 재일동포를 둘러싼 상황은 많이 바뀌었다. 구성원의 정체성은 다양해졌고 한국적 보유자는 계속 줄고 있다. 오공태(70) 민단 중앙본부 단장을 만나 민단과 재일동포의 현주소, 과제를 들어보았다. 나가노(長野)현에서 태어난 오 단장은 재일동포 2세로 민단 나가노현 본부 단장을 거쳐 2012년 취임했다. 해방 후 태어난 첫 중앙 단장이기도 하다.

창립 70년을 맞는 소회와 역점 사업은.
“70년이 지나면서 시대가 바뀌었다. 구성원의 생각이 옛날 같지 않다. 한국에 가면 젊은 사람들은 민단을 거의 모른다. 한국 경제 발전에 기여했던 일본의 동포를 모른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본다. 재일동포가 살아온 역사를 알리기 위해 서울 등 10개 도시에서 사진전을 열 계획이다. 동시에 동포 초·중고생과 대학생 등 1500명 정도를 여름방학 때 본국에 보내 정체성을 심어주려고 한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일본에 귀화한 사람이 35만 명이나 되는데 민단하고 같이 가려고 하는 사람이 1만 명도 안 된다.”
기사 이미지

▷여기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일본 귀화의 전반적 흐름은 어떠한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매년 1만 명 정도가 귀화를 했다. 그 이후에는 줄어 현재는 5000명 정도다. 90년대에는 민단 사람 중심으로 귀화를 했다. 요즘은 조선 국적자가 한국 국적으로 바꾸면서 귀화한다(※조선 국적은 해방 후 재일동포에게 부여된 국적으로 일본 귀화자나 65년 한·일 국교정상화 후 한국 국적 취득자를 제외한 사람이며 대부분 조총련계로 추정된다). 조선 국적자는 바로 귀화할 수 없다. 동시에 국교정상화 이후 일본에 온 뉴커머(New-comer)의 귀화가 민단 소속인 사람보다 많다. 여기에 일본이 85년 국적 및 호적법을 개정해 어머니가 일본인이라도 자녀의 일본 국적을 인정하며 30세 이하는 압도적으로 일본 국적자가 많아졌다. 젊은 사람이 적은 게 큰 문제다.”
기사 이미지

▷여기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뉴커머 귀화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일본에는 외국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지금도 있다. 일본인이 되면 국적 조항 등의 차별이 없다. 편리상 가는 사람이 많다. ”
기사 이미지
지난해 말 기준 재일동포가 한국 국적 45만7772명, 조선 국적 3만3939명으로 집계됐는데.
“조선 국적자는 확고한 조총련 조직 간부들이다. 1만 명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2만여 명이 많아 놀랐다. 당초 조선 국적에서 한국 국적으로 바꾼 사람이 5만 명 정도가 있다. 이 중 절반 정도는 조총련 조직에 참가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민단과 조총련과의 관계는 어떤가.
“한마디로 조총련과 사이좋게 지낼 수는 없다. 북한이 납치 문제를 일으키면서 일본 정부가 조선 국적자를 많이 압박하고 있다. 조선 국적자가 한국 국적으로 바꾼 뒤에도 조총련 활동하는 것을 일본도 알고 있다. 그래서 민단 사람도 같은 피해를 당한다. 이런 문제 때문에 조총련과 사이가 좋지 않다.”
한국어를 하는 재일동포가 갈수록 줄고 있다.
“언어는 차세대 육성 차원에서 제일 중요하다. 한국인 학교는 도쿄 1곳, 오사카 2곳, 교토 1곳에 있다. 도쿄에 제2한국학교 개교를 준비하고 있다. 지역마다 어린이를 위한 토요학교나 성인을 위한 한글교실을 열고 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학교다. 나고야나 후쿠오카 등에 학교를 만들고 싶어도 요즘 모금을 할 수가 없다. 한국 정부에서 80%가량 지원해주면 나머지는 모금해 할 수 있다.”
재일동포 참정권 문제가 제기된 지 20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 요원해 보인다.
“참정권이 없다는 것은 그 사회에서 사람으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자민당과 손을 잡고 하지 않으면 어렵다고 생각한다. 민단의 기본 방침으로 채택된 것은 아니지만 내가 중심이 돼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 정부가 지원해주었으면 한다.”

오영환 도쿄특파원 hwas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