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뿌리 찾기」네 화랑서 동시에 |침체 동양화 부흥 노린 기획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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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침체된 화단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양화 뿌리 찾기 운동이 4개 화랑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청전·소정전」은 12일부터 21일까지 사간동 현대화랑과 견지동 동산방화랑에서 함께 열린다.
「6대가·증진작가전」은 11일까지 관훈동 동원화랑에서, 「한국화동향전」은 60여명의 작가가 동원돼 15일부터 21일까지 동숭동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에서 열린다.
근래에 와서 동양화라면 전시마저 꺼리던 화랑들이 이같이 대대적인 기획전을 여는 것은 70년대의 동양화 붐을 다시 일으키자는 부흥운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대화랑과 동산방이 손잡고 마련한 「청전 이상범, 소정 변관직전」은 이례적인 기획전-.
두 화랑이 합동으로 한가지 성적의 전시회를 여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전국에 흩어진 수장가를 수소문해 지금까지 발표되지 않은 작품을 찾는데 주력했다.
각 50여점씩 싣는 대형도록까지 만들고 청전작품은 현대화랑에서, 소정작품은 동산방에서 전시한다.
청전과 소정은 근대명가.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들이다.
이들은 성격도, 화풍도 너무나 대조적이어서 사람됨은 물론 그림으로도 쌍벽을 이루고 있다.
청전은 「모범생」, 소정은 「야인」으로 통했다.
작품도 청전은 짧게 끊어 치면서 꼼꼼하게 화면을 메워나가지만 소정은 농담의 먹으로 속도 있게 윤곽을 잡는다.
먹을 칠함에 있어서도 청전은 세밀하게 우려나가는 기법을 구사했지만 소정은 귀얄로 풀칠하듯 하는 선염법을 썼다.
동원화랑이 여는 「6대가·중진작가전」은 회사원이던 장석동씨가 관훈동 성지빌딩2층에 화랑을 내고 처음 갖는 개관기념전.
흔히 개관기념전이라면 잘 팔리는 서양화 중진작가 작품을 내놓게 마련인데 장씨는 동양화를 택했다.
이 역시 동양화 붐을 조성하자는 것.
청전 이상범, 소정 변관직, 이당 김은호, 의재 허백련, 심산 노수현, 심향 박승무 등 6대가 작품과 남농 허건, 운보 김기창, 월전 장우성, 현초 이유태, 산정 서세옥, 남정 박노준, 유산 민경갑, 일랑 이종상, 남천 송수남씨 등의 명품을 1점씩 내놓았다.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에서 여는 「한국화동향전」은 수묵화의 페스티벌.
동양화 뿌리찾기운동의 기치를 내세우고 수묵운동을 벌이고 있는 송수남·홍우창·홍용선·이철량·신산옥·안성금·박윤서씨 등 60여명이 80호 이상의 대작만으로 동양화의 진면목을 보여준다는 것.
이들은 「종이와 먹」을 우리의 소중한 전통정신으로 받아들여 우리 삶의 진정한 모습을 화폭에 담자는 「역사의식」을 내세우고 있다. <이규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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