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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민 이어 김현수까지, 볼티모어 또 ‘더티플레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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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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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지난해 12월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을 맺은 김현수(28)가 궁지에 몰렸다. 메이저리거의 꿈을 채 피우기도 전에 퇴출 위기에 몰린 것이다. 볼티모어 구단 담당인 미국의 댄 코놀리 기자는 31일 칼럼을 통해 김현수를 둘러싼 이런 상황을 ‘낭패(fiasco)’ ‘엉망(mess)’ ‘재앙(disaster)’이라고 표현했다.

퇴출설 흘리고 마이너리그행 압박
MLB 선수 노조 “부당한 대접” 비판

2년간 700만달러(약 80억원)를 받는 조건으로 볼티모어와 계약한 김현수는 시범경기에서 극도로 부진했다. 시범경기가 시작하자마자 23타수 무안타에 그치더니 결국 0.182(44타수 8안타)의 타율에 머물러 있다.

정규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볼티모어 구단은 김현수의 퇴출설을 현지 언론에 흘리고 있다. 동시에 마이너리그행을 종용하고 있다. 주전 좌익수 자리는 경쟁자 조이 리카드(25)에게 넘어갔다. 볼티모어 지역 매체 MASN은 ‘벅 쇼월터 감독이 리카드에게 개막 로스터 합류를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리카드는 시범경기 타율 0.390(59타수 23안타)·1홈런 7타점·5도루로 김현수를 압도했다.

문제는 볼티모어 구단이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김현수를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폭스스포츠의 칼럼니스트 켄 로젠털은 지난달 27일 “볼티모어가 김현수를 한국으로 돌려보낼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단의 노골적인 ‘언론 플레이’다. 30일에는 쇼월터 감독이 “내가 먼저 마이너리그행을 제의했다. 적응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튿날에는 “김현수가 결정할 때까지는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겠다”고 수위를 높였다. 댄 듀켓 볼티모어 단장도 “김현수를 25인 로스터에서 제외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가진 김현수가 부담을 느껴 스스로 마이너리그로 가거나 팀을 떠나도록 하려는 의도다.

김현수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메이저리그에서 버티거나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는 것이다. 빅리그에 남는다면 연봉을 포함한 계약서상의 모든 권리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출전 기회는 거의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송재우 해설위원은 “경기 후반 대타로 몇 번 나가는 게 전부라 경기 감각을 유지하기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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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김현수 공식입장 "마이너리그 거부권 행사하겠다"
② 김현수 입단하는 볼티모어는 어떤 팀?



마이너리그에 간다면 경기에 출전할 수는 있다. 하지만 마이너리그에도 훌륭한 외야수는 즐비하다. 빅리그로 돌아갈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2013년 볼티모어에 입단했던 윤석민(30·KIA)이 그랬다. 윤석민은 시범경기에서 제대로 기회를 얻지 못했고, 결국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쇼월터 감독은 “곧 보자”고 말했지만 1년 내내 윤석민을 부르지 않았다. 결국 윤석민은 친정팀 KIA와 계약하면서 한국으로 돌아왔고, 볼티모어는 잔여 연봉(2년 415만 달러·약 46억 원)을 아꼈다.

볼티모어 구단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메이저리그 선수 노조는 “김현수가 구단으로부터 부당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볼티모어 담당 코놀리 기자도 “이제 고작 김현수에게 14번의 시범경기에 44타수 밖에 기회를 주지 않았다”며 구단의 성급한 결정을 비난했다. 대니얼 김 KBS N 해설위원은 “볼티모어 구단은 선수를 존중하지도 않았고, 과정도 무시했다. 볼티모어의 일 처리 방식은 동네야구 수준”이라며 “김현수에게 최소한 한 두 달은 기회를 줘야한다” 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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