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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 트위터, '라이브'로 10년 뒤에도 재잘거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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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혼돈의 시기다. '나는 누구인가'를 수없이 되뇌인다. 가까스로 출구를 찾아낸 듯 하지만,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올해로 10살이 된 파랑새, 트위터 이야기다.

십대의 청춘처럼 트위터는 지금 질풍노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뉴스를 전달하는 통로인가, 재미를 주는 도구인가, 대화를 하는 메신저인가. 10년 뒤 트위터는 살아 있을까. 살아 있다면 무엇이 돼 있을까.

지난 2월 잭 도시(41) 트위터 창업주이자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의 본질을 설명하면서 '라이브(live)'란 단어를 꺼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넷플릭스 같은 경쟁자들의 틈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묻는 애널리스트들에게 설명하는 자리에서였다.

"트위터는 라이브다. 우리는 트위터가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바로 라이브다."

트위터가 몸살을 앓게 된 건 어쩌면 회사 탄생 때부터 짊어져야 할 숙명이었는지 모른다. 미국 미주리주에서 태어난 잭 도시는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았다. 14살 때 물류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짤 정도였다. 미주리대에 입학하고, 뉴욕대로 편입한 뒤에 관심은 창업으로 뻗어나갔다. 재학시절 그는 '단문 메시지를 활용한 소통'이란 사업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잭 도시에게 학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학교를 그만두고 2005년 정보기술기업 오데오에 들어간 그는 동료와 아이디어 짜내기(브레인스토밍)에 전념했다.

그가 수많은 아이디어 중에서 꺼낸 건 의외로 대학시절 때 작품인 '단문 메시지 소통'이었다. 마치 놀이하듯 2주 만에 프로그램을 짠 잭 도시는 2006년 3월 21일, 오후 9시 50분에 첫 트윗을 날렸다.

"방금 트위터 세팅을 했다(Just setting up my twttr) ."

트위터는 이렇게 회사 직원들의 소통에 쓰자는 생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당시만해도 트위터를 '무엇'으로 정의할지 모르던 때였다. 가능성을 보여준 건 2007년 봄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음악축제 SXSW 인터랙티브(South by Southwest Interactive)였다.

잭 도시는 행사장 복도에 60인치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트위터 메시지를 보여줬다. 140글자 단문의 힘은 컸다. 행사장을 찾아온 이들은 곳곳에서 열리는 강연 내용이나 평가를 적은 단문 트윗에 환호했다. 하루 2만 건에 불과했던 트윗은 행사가 끝날 때쯤 6만 건으로 불어났다.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트위터는 폭풍 성장을 거듭했다. 2007년 분기기준 50만 건에 그쳤던 트윗은 2008년엔 1000만 건으로 늘었다. 2011년 3월엔 하루 1억4000만 개의 단문 메시지가 오갔다.

폭발력은 의외의 장소에서 드러났다. 2011년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쓴 이슬람권 민주화 운동인 '아랍의 봄'은 트위터를 소통의 툴에서 '미디어'의 반열로 올려놓았다. 시위대가 트위터를 통해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하면서 민주화 운동이 폭발했다. 잭 도시는 트위터를 "권력에 대해 진실만을 말하는 커뮤니케이션 툴"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서 올리는 단문은 정치·사회·경제적으로도 다양한 변화를 이끌어냈다. 조사기관인 베이 알람 메디컬은 미국에서 오가는 트윗을 분석해 질병 지도를 만들고, 기업들은 트윗을 훌륭한 마케팅 수단으로 삼기 시작했다.

2013년 미국 슈퍼볼 경기 중 무려 34분에 달하는 정전 사태가 불거지자 과자 브랜드 오레오는 트위터에 '정전? 문제 없어. 어둠 속에서도 덩크할 수 있다'라는 문구를 담은 광고를 재빨리 올렸다. 우유에 검은색 오레오를 적시는 사진과 함께 올린 트윗은 당일 1만5000번 리트윗(재전송)됐다. 오레오 계정에 새롭게 '친구(follower)'를 신청한 사람은 8000명이나 늘었다.

트위터는 2013년 11월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에 성공했다. 공모가는 주당 26달러였다. 2013년 12월 주가는 73.31달러까지 치솟았다. 거침없었다.

하지만 2014년 새해의 시작과 함께 트위터의 주가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 같은 신흥 경쟁자들이 출몰하면서 사람들은 트위터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트위터의 매출은 매년 늘었지만 6년 연속 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트위터의 매출은 22억1800만 달러였지만 순손실이 5억753만 달러나 됐다.

트위터의 주가는 1년 새 67%나 꺾였다. 경쟁사인 페이스북이 37%나 오른 것과는 대비되는 수치다. 지난해 말 기준 페이스북의 월평균 이용자 수는 15억 명을 넘어섰다. 트위터 이용자는 5분의 1수준인 3억2000만 명에 그쳤다.

트위터는 단문 소통이 주였지만, 경쟁자들은 장문에 동영상과 사진 등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에서 앞서갔다. 이용자간 결속력도 트위터가 떨어졌다. '친구 맺기'만 하더라도 페이스북에선 친구 신청을 하면 상대방 승인이 필요하다. 서로 인정한 상대끼리 커뮤니케이션하는 구조다. 반면 트위터는 상대의 승인없이도 글을 볼 수 있다. 관계의 일방성은 낮은 결속력으로 이어졌고 트위터의 재잘거림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은 트위터의 미래를 의심하고 있다. 사용자 수는 정체됐고, 경쟁자를 압도할 '무엇'이 없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기술에 투자하고, 음성·화상통화·게임·쇼핑·송금 등으로 외연을 넓히는 것과도 비교됐다.

미래 비전을 놓고 내분에 빠진 트위터는 지난해 10월 변화를 선언했다. 한때 창업자들과 이견으로 물러난 잭 도시의 귀환을 선택했다. 트위터로 돌아온 그는 직원 8%를 구조조정했다. 140자의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그는 "트위터 정신은 간결함"이라며 단문을 고수하기로 했다. 트위터 본연의 '독특함'을 살리겠다는 뜻이다.

대신 지난해 인수한 실시간 동영상 전송(스트리밍) 기술회사인 페리스코프를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바로 '라이브'방송이다. 그는 창립 10주년을 기념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방송을 이용자들에게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와 라이브로 대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위터의 라이브 사업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경쟁사인 페이스북 외에도 넷플릭스라는 세계 최대의 콘텐츠 스트리밍 업체가 이미 시장에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비디오와 광고를 이용하는 사람은 이미 5억 명에 이른다. 반면 트위터의 페리스코프를 이용하는 사람은 이제 1000만 명에 도달했다. 넷플릭스가 TV 방송사에 로열티를 주고 방송을 가져오는 데 그치지 않고 '하우스 오브 카드'와 같은 자체 제작 드라마를 공급하기 시작한 것도 트위터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게 하는 요인이다.

"10년 뒤 황금알을 낳을 것"이라는 트위터의 주장에 시장이 의구심을 품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바로 잭 도시다. 그는 트위터를 창업하고 얼마 되지 않아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나면서 모바일 결제 회사인 스퀘어를 창업했다. CEO를 겸한 그는 지난해 스퀘어를 상장시켰다. 월트디즈니의 사외이사까지 맡고 있는 그는 오전엔 트위터, 오후엔 스퀘어를 오가며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다. '만화의 제왕'으로 불리는 디즈니 CEO 로버트 아이거가 그의 조언자 역할을 하지만 두 회사를 동시 경영해 성공한 사람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픽사 경영) 정도란 점에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크다.

그럼에도 잭 도시는 트위터의 생존을 자신한다. "트위터는 자신의 정체성을 알고 있으며, 무엇을 상징하는 지 정확히 알고 있다. 트위터는 핵심적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앞으로 20주년, 30주년 기념일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잭 도시의 베팅이 어찌 되든 간에 세계인들은 10년 뒤에도 파랑새의 재잘거림이 울려 퍼지기를 원하는지 모른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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