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20대박사가 크게 늘었다|과기원서만 백37명 배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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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박사의 개념이 선진국형으로 바뀌고 있다. 학문적 업적을 많이 쌓아 문자 그대로 넓게, 많이 아는 노학자에서 집중적인 연구를 통해 단일분야에서 업적을 남긴 젊은 두뇌로 박사의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이공계분야에 두드려져 국내 이공계 두뇌의 산실인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지난 22일에 있였던 제11회 석·박사학위 수여식에서는 박사학위 수여자43명중 70%인 30명이 20대 청년박사들이었다.
최연소 박사인 26세 박사도 5명이나 돼 앞으로의과학기술은 이들 젊은층에 크게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
KAIST는 지난 78년부터 박사를 배출하기 시작, 지금까지 모두 2백6명의 박사를 배출했는데 이가운데 20대에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 1백37명으로 전체의 66·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83년이후 3년간 20대박사 1백명이 배출돼 전체 박사학위 수여자1백35명중 74%나 됐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KAIST 교학처장 조병하박사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학자의 이미지에서 찾던 박사의 개념이 바뀌고 있는 것』이라며 『박사는 이제 단일분야의 문제해결 능력을 갖추고 독창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박사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했다.
젊은 나이의 박사라고 해서 졸속이 아닐까하는 우려는 기우라고 조박사는 덧불였다. KAIST의 경우에는 독특한 논문심사방법을 채택, 객관적이고 수준있는 논문만을 통과시키고 있다는것.
KAIST는 박사학의 논문의 전부 또는 일부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을수 있는 학술지에 반드시 게재되어야하는 까다로운 규정을 두고 있다. 즉 국제적인 학술지의 심사위원인 외국석학들의 객관적인 심사를 심사료없이 받을수있는 것이다. 또 물리 화학등 각분야에서도 수십가지로 전문분야가 갈라져 국내에서 심사할 경우 전문가가 없어 형식적인 심사가 될 단점도 보완할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KAlST박사는 인기가 높다. 이번에 졸업한 43명의 경우 진로를 확실히 정하지 못한 몇몇을 제외하고는 전원이 직장을 잡았다.
이들이 선호하는 직장은 자신의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활동을 펼수있는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가장 인기가높으며, 다음으로 기업연구소·학교 순이다. 물리·화학등 순수과학의 경우에는 학교쪽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들은 신랑감으로도 인기가 높다. 이번에 졸업한20대 박사중 70%정도인 20여명이 박사과정중에 결혼을 했다. 이들의 인기는 「마당뚜」의 리스트에 주요대상으로 오른다. 「마담뚜」의 낯선 전화를 받고 멋모르고 나갔다가 결혼권유를 받은 사람도 적지않다.
그러나 이런것을 계기로 결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이번에 박사학위를 받은 진경태씨(26)는 말했다.
지난 83년 박사과정 3년째되던 해 결혼을 했다는 진씨는 『결혼이 연구활동에 많은 도움이 되는 편이어서 과정중에 결혼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이들이 찾는 배우자는 좀특이하다. 우선 학비는 전액 면제가 되나 수입이 없기때문에 학위취득때까지는 여자가 벌어야 한다는 진제조건이 있다. 따라서 교사등 직업을 가진 배우자가많다. 물론 학위취득후 직업을 가지면 임무교대를 한다는 묵계도 많은 경우에 이루어진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미래를 떠맡을 청년박사들의 연령은 내년에 개교를 하는 과학기술대학으로 인해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과기대는 무학년 무학과로 능력별로 졸업을 해 기존의4년을 2, 3년으로 단축시킬수 있게 된다. 또 응시자격을 고등학교 2학년 수료자에게도 줄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앞으로 22, 23세의 박사군이 탄생, 한국의 과학기술계를 이끌고 갈것으로 보인다. <김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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