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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아파트시장 ‘춘래불사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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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대구의 아파트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매물 쌓이는 데 거래는 안돼
미분양도 지난달 1666가구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는 대구 지역 아파트값(11~25일, 시세 기준)이 직전 2주에 비해 0.08% 하락했다고 29일 밝혔다.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째 이어지는 내림세라고 연구소 측은 설명했다.

아파트값 ‘불패신화’를 이어온 달성군과 수성구 지역도 마찬가지다. 달성군은 가격이 0.17%, 수성구는 0.08% 떨어졌다. 달서구(-0,07%)와 북구(-0.07%)·동구(-0.06%)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남구 지역 아파트는 0.24% 떨어져 대구에서 가격이 가장 많이 내린 곳으로 나타났다.

투자가 아니라 거주용으로 선호하는 소형 아파트 역시 하락세다. 면적별로 보면 66㎡ 미만이 -0.03%, 66~99㎡ 미만이 -0.14% 떨어졌다. 99~132㎡ 미만은 -0.14%, 132~165㎡ 미만은 -0.05%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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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중개사무소마다 매물은 쌓이지만 거래는 끊기다시피 했다. 수성구 K공인중개사무소의 경우 아파트 매물이 80건이 있지만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문의 전화만 간간이 올뿐 집을 보려는 사람도 거의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8월 4억4000만원 정도였던 전용면적 85㎡ 아파트가 11.4% 떨어진 3억9000만원에 거래됐다고 한다.

K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아파트 시장에 찬바람이 심하게 불고 있다”며 “가격이 다시 오르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집을 사려는 사람들도 지켜보자는 쪽으로 돌아섰다. 더 떨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의 대출 규제와 대출 원리금 균등 상환 등 부채줄이기 정책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대구의 경우 지역주택조합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면서 아파트 공급과잉 우려가 커진 것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권오인 이사는 “중소형 아파트의 가격 하락 폭이 특히 크다”며 “지난 10년간 중소형 아파트가 많이 공급돼 떨어진 가격이 그대로 유지되거나 추가로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현상은 대구시의 미분양 아파트 통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시에 따르면 지난달 말 대구시의 미분양 아파트는 1666가구다. 지난해 11월 114가구이던 것이 달성군 등지에서 분양 물량이 늘면서 미분양 가구도 덩달아 늘었다. 이 가운데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85㎡ 이하가 1610가구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대구시 주택정책팀 이정희 주무관은 “주택경기가 침체하면서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줄어드는 속도로 느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우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 소장은 “이사철이 곧 끝나기 때문에 아파트값 하락세는 당분간 더 이어질 것 같다”며 “아파트 값이 더 떨어지길 기다려보자는 매수자들의 ‘관망’이 이런 현상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홍권삼·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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