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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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금까지 설명한 시조의 정형은 평시조에 대한 것인데 다 아시는 바와 같이 시조의 형식에는 평시조 외에도 엇시조와 사세시조가 있습니다.
엇시조는 기본적으로는 평시조와 대차가 없으나 초장의 전구나 후구, 또 중장의 전구나 후구 중의 어느 한 구만이 경시조보다 음수가 약간 많아지는 것이 다릅니다. 초장·중장의 전후구는 대체로 9음절까지가 상한음수인데 이보다 음수가 많아진 것은 일단 엇시조의 형식으로 보아야할 것입니다. 그러나 까닭 없이 음수만 많아져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정서가 격앙해서 호흡이 급박해지거나 구슬퍼서 늘어지는 따위의 필연적인 이유가 있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입니다.
사설시조는 초·중·종 3장이 다 평시조의 음수보다 길어지는 것이 허용됩니다만 구조미의 측면에서 볼 때 초장과 종장은 평시조와 비슷한 것이 좋고 중장만은 아무리 길어져도 좋습니다. 사설의 중장은 열거법을 쓰기도 하고 추보식 구성을 하기도 하나 어느 경우나 감흥을 점층적으로 고조시켜 그 극에서 종장으로 슬쩍 넘겨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또 아무리 길어도 전구와 후구로 갈라지는 호흡의 정휴점이 필요한 것은 평시조의 구조와 같습니다.
『겨울밤 참새들은』은 사설의 형식으로 쓴 것인데 각박한 현실을 겨울밤 설한풍으로 비유하고 그 속에서 시달리는 미약한 존재들을 참새로 대조시킨 것 같이 보입니다. 이렇게 사설은 풍자적 수법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향 생각』은 지구의 반대편인 미국에서 고국을 그리는 망향의 정회가 가슴을 울립니다.
『어머님 환갑에』는 어머니의 자애라는 관념을 절실한 느낌으로 형상화하는데 성공한 예입니다.
『새색시』의 초장에서 그려낸 애정의 표현은 실로 감탄할만합니다. 이런 것이 바로 아기자기한 시의 맛이지요.
『겨울산에서』는 신비롭도록 적요한 겨울 산과 작자의 유현한 시심이 자연스럽게 교감한 가작입니다. <장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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