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자원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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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나라 교육수준과 교육열의는 세계적으로 중상위국 이상이지만 활용 면에서는 매우 저조한 편이다. 특히 여성의 교육활용은 더욱 저조하다. 2월은 각급 학교가 졸업식을 치르게되는 달이다. 그러나 강단에 서있는 한 사람으로서 가장 안타깝고 괴로운 일 중의 하나가 졸업 후에 소속이 없어, 애만 태우는 제자들을 만날 때다. 언제나 일하고싶은 사람에게 모두 일자리가 주어지는 사회가 될까? 교육을 받고 활용 할 수 없다면 이는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큰 손실인 것이다.
우리 주변에 많은 여성의 유휴자원을 활용하는 것은 국가나 개인의 경제적인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자원봉사는 현재의 여러 가지 여건 속에서 손쉽게 유후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다. 원래 자원봉사는 산업사회에서 공동 참여하는 공동복지사회를 건설하는데 필수적이기도 하지만 자원봉사의 경제적 가치 역시 매우 중요하다. 우선적으로 자원봉사는 넓은 의미로 생산활동이기 때문에 비록 자원봉사가 국민총생산액에 가산되지 않더라도 자원농사자가 많아지면 우리의 경제생활은 풍성하게 된다. 또 자원봉사자의 개인적인 측면에서도 자원봉사는 지식과 경험을 얻게 하며 취업기회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자원봉사는 취업을 희망하는 여성들에게 더욱 권장할만하다.
지난 여름 우리 나라에서 전통 있는 자원봉사회의 주부봉사자들과 일반주부들을 대상으로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집단과 참여하지 않는 집단의 차이점을 연구 발표한 적이 있다. 그 연구 결과 중에서 주목할만한 사실은 지속적으로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집단은 사회에서 중상류에 속하며 교육을 많이 받은 주부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소득수준이 낮고 교육정도가 낮으며 남편의 직업도 전문직이 아니고 개인적으로 상업을 하거나 기술직이 대부분이고 주거는 편리한 아파트가 아니라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집단인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물론 연구대상이 된 자원봉사자들은 특수한 기술을 요하거나 재주를 요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보이지 않게 궂은 일을 반복적으로 봉사하고 있는 집단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사회에서 많은 혜택을 받고 개인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단이 자원봉사를 해야할 것 같고, 하고 있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버린 것이다. 물론 중상류층에서 자원봉사를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일시적으로, 혹은 일의 종류에 따라 소수가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자원봉사와 관련된 분들의 이야기다. 앞으로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세계올림픽을 치러야하는 우리 나라로서는 자원봉사의 근본정신과 경제적 가치를 홍보함은 물론 자원봉사의 프로그램을 다양화하여 많은 여성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정책이 마련되기를 바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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