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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 줄 경호에 혈서작전도 한 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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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유세장에 못 가본 사람은 팔불출에 든다』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로 선거유세가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D데이(투표일)가 앞으로 엿새. 6일을 고비로 전국 대부분의 지역구 유세가 막을 내리기 때문인지 5일의 유세장에서는 온갖 「말의 성찬」과 환호·폭소·야유가 더더욱 열풍처럼 휘몰아쳤다. 넓은 운동장도 모자라 수위실지붕까지 인파로 덮인 곳도 있고 오랜만에 선심공세로 유세장 주변의 식당들은 톡톡히 재미를 보기도 했다.

<열도 더해 가는 유세장 진풍경들>
○…5일 서울원당국교에서 열린 관악지구 유세에서 후보자 4명 중 홍일점인 이영희 후보(국민)는 세 번째 연사로 등단, 여성특유의 날카로운 목소리와 강도 높은 대여공세로 남성후보자들을 압도.
이후보는 민정·민한이 「형님 먼저 아우 먼저」하면서 「민정·민한 친목회」를 만들어 4년간을 잘 지내왔다고 공격한 뒤 신한민주당의 김수한 후보에 대해서도 「이빨 빠진 호랑이」라며 좌충우돌.
이어 등단한 한광옥 후보(민한)는 『역시 여자가 끼니 분위기가 부드럽다』며 『애교로 보아주겠다』고 가볍게 응수.
○…관악지구 유세가 열린 봉천동 원당국교 주변의 식당들은 오랜만에 제철을 만나 흥청.
중국식당 동남관주인 채현단씨(34)는 『5일은 평소의 두 배인 2백여 그릇을 말았다』며 『오늘 같으면 밥 먹고살겠다』고 싱글벙글.
동네주민 20명과 함께 모당이 제공하는 점심을 먹으로 이 식당에 온 이모씨(45·여·서울 봉천3동)는 『다른 사람들은 갈비탕을 먹으러 가던데 우리만 중국집으로 가라고 한다』며 투덜대기도.
○…5일 상오 춘천-철원-화천-춘성지구 합동연설회장인 사창국교입구에는 각 후보자들의 부인들이 꼭두새벽부터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나와 유권자들과 서로 악수를 하려고 달려드는등 내조경쟁을 벌여 이채.
한 후보의 부인은 젊은 유권자들의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가 주위시선에 민망해하기도 했고 또 다른 후보부인은 얼떨결에 자기 운동원과 악수를 나누며 한 표를 부탁하는 촌극을 빚기도.
이날 연설회가 끝난 후에는 다시 지지자들에게 국밥 먹이기 경쟁이 벌어져 이곳저곳에서 이름 부르는 소리가 요란했고 이 때문에 사창리 일대 30여개 음식점은 단체손님들로 들어차 일반 손님들은 발길을 돌려야했다.
○…5일 하오 용강국교에서 열린 서울 마포-감산구 합동연설회장에는 5명의 입후보자중 4명이 지지자들과 함께 후보의 이름을 외치며 1분 간격으로 차례로 입장해 흡사 체육대회입장식을 방불.
이날 하오1시에 열릴 예정인 연설회장에는 우승환 후보(신민)가 낮12시37분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기호1번 우승환』을 외치며 입장했고 이어 약속이나 한 듯이 고명관 (국민)·봉두완(민정)·박대성(민권) 후보가 차례로 교문을 들어서는 해프닝.
○…이 지구 유세에서 봉두완 후보는 『고물당 하나 만들어 감투쓰고 민주투사임네 하는데 유신때 감옥 갔다온 사람 있는지 말해보라』면서 후보석에 앉은 노승환 후보를 꼬집기도.
이에대해 노후보는 『호랑이 없는 산에 토끼가 날뛴다더니 4년밖에 안된 병아리가 어디다 대고 큰 소리냐』며 봉후보를 반격.
이들은 지난해 수해때 물에 잠긴 성산·망원동 일대의 침수원인을 놓고도 공방전을 폈다.
봉후보가 『망원동 유수지는 내가 국회의원을 하기 전 다른 후보(우승환)때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자 노 후보는 『망원동 유수지는 사실 내가 이곳 주민을 위해 만들었으나 지난 80년 봉두완 후보 때 동쪽에 있던 수문을 서쪽으로 옮기면서 부실공사를 벌여 그런 피해가 났다』고 반격.
○…한편 노승환 후보측은 제일 마지막으로 연설을 끝낸 뒤 지지자 5백여 명과 함께 노 후보의 사진피킷을 들고 공덕동 로터리에 있는 사무실까지 5백m를 사가행진 하는 바람에 이 일대 교통이 20여분쯤 막히기도.
○…5일 충주-제천-중원-제원-단양지구의 유세가 열린 충주 매포시장의 뒷골목 식당에서는 한후보의 운동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유권자들에게 막걸리와 순대를 대접하며 명함을 돌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또 다른 후보의 운동원은 『○○식당으로 가서 식사해라. 명함을 주며 소주 한 병씩을 주기로 했다』며 후보자의약력이 적힌 팸플릿을 돌렸으나 해당식당에서는 『소주까지 주라는 말을 못 들었다』고 거절, 상대후보의 흑색선전으로 판명되기도.
○…5일하오 서울장충동충무국교에서 열린 종로상구합동연설회에서는 마이크에서 앰프를 거쳐 스피커에 이르는 마이크 줄을 경호(?)하기 위해 20여명의 경찰이 선을 따라 특별 배치되어 이채.
이는 전날 서울 신당동 청구국교에서 열린 이 지구 합동연설회도중 이민우 후보(신민)가 연설할 때 마이크 줄이 20cm가량 절단돼 연설이 두 차례나 중단됐던 소동에 따른 경찰의 「마이크 줄 특별경호작전」이라고.
○…5일 서울사당3동 남성국교 교정에서 열린 서울 동작구 마지막날 합동유세에서 정정대 후보(무소속)는 여당후보를 지칭, 「물품공세」로 타락선거를 조장하고 있다며 맹박.
정후보는 『그 증거물』이라며 양말짝·라이터·재떨이와 민정당원들에게 발급해 주었다는 의료보험카드 등 여섯 가지를 청중들에게 내보여 박수를 받기도.
이에 앞서 등단한 서청원 후보 (민한)는 『여러분들께서는 요즘 소의 울음소리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 이루지는 않았느냐』고 묻고 『이는 여당후보의 불고기 파티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공격.
서 후보는 『앞으로도 불고기파티가 계속 있을 테니 유권자 여러분께서는 고기를 못 먹었다고 해서 실망하지 말라』며 『득표공세가 설탕표·온천행표·불고기 파티에서 현금으로 바뀌었다는 것도 알려드린다』고 목청을 높이기도.
이 대목에서 서 후보는 『대통령은 공명선거를 부르짖고있는데 민정당총재 비서실장을 지낸 허청일 후보가 많은 자금을 뿌려 대통령에게 누가 안 되는지 모르겠다』고 걱정(?)해주기도.
유세도중 사고를 당한 허청일 후보(민정)는 『어젯밤 장승백이 산동네 불고기 집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소주 한잔 얻어먹고 갔을 뿐』이라고 변명.
허 후보는 그곳에 간것은 그곳 주민들이 장승백이 개발계획을 얘기하라고 해서 갔던 만큼 사실은 기합을 받으러 간것』이라고 거듭 주장.
허 후보는 또 이 지역 출신 11대의원인 서청원 후보가 지난번 선거에서 전국최다득표로 당선했던 사실을 꼬집어 『21만 표를 몰아줘서 전국최고득점 시킨 동작구의 발전은 전국최하위』라며 선거구민들의 야당선호기질을 비꼬기도.
○…5일하오 서울무학국교에서 열린 서울 제3선거구(성동) 합동연설회에는 지금까지 있었던 4차례의 합동연설회 중 가장 많은 1만5천여 명의 청중이 모여 막바지에 이른 후보자들의 「말의 성찬」을 만끽.
제일먼저 등단한 전대수 후보(근농당)는 『국회의원 입후보자 마누라가 남편 선전팸플릿을 돌려다가 두 번씩이나 파출소에 연행됐다』고 말하고 『여당후보 마누라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날수 있겠느냐』고 반문한 뒤 『관할 경찰서장이 전화를 걸어 합동연설회에 이 사실을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다』고 폭로하기도.
이어 등단한 김도현 후보(무소속)는 25분 유세를 마친 뒤 『나머지 5분은 김대중육성녹음으로 채우겠다』면서 김씨의 육성녹음을 틀자 일부 청중들은 스피커를 통해 약하게 흘러나오는 김씨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자리를 옮기는 등 동요.
청중들이 술렁이자 선거관리위원회 측은 재빨리 『녹음은 사용 못한다』 『계속 사용하면 마이크를 끄겠다』 『선거법상 녹음은 사용이 금지돼있다』고 세번 김 후보에게 경고.
김 후보는 1분30초 정도 녹음을 튼뒤 선관위 측의 경고를 받아들여 녹음방송을 중단하고 『녹음 상태가 불량하다. 더 듣고싶은 사람이 있으면 녹음을 복사해주겠다』고 말하기도.
조세형 후보(민한부)는 『일생동안 보고싶은 세 얼굴이 있다』고 전제, 『김대중 납치법 낯짝, 광주사태를 유발한 낯짝, 장영자 사건 배후에 있는 낯짝』등을 열거.
○…종로-중구 유세에서 민한당의 정대철 후보는 『육사 몇 기냐가 사회가치기준이 되고있다』며 『장관이 누가 되느냐보다 사단장이 누구냐가 더 관심거리가 되었으니 한심하다』고 목청을 돋우고는 학생들의 데모를 막는 비방이라며 『군인아저씨들이 모두 군대로 돌아가면 학생들은 자연히 학교로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
그러나 그는 『이 시간에도 대부분의 군인들은 최전방에서 국토방위에 전력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민정당의 이종찬 후보는 등단 직후 청중 속에서 「우」하는 야유와 고함이 터지자『이렇게 환영해줘서 고맙다』고 가볍게 받아넘겼다.
이날 이 후보의 연설도중에는 지지자의 함성과 일부 청중들의 고함·야유가 끊이지 않았는데 지지자들이 연단부근에서 『이종찬, 이종찬』을 외치면 다른 후보지지세력들은 『통반장, 통반장』하고 박자를 맞춰 응수해 청중들을 웃겼다.
○…5일하오 1만여 청중이 모인 가운데 열린 전북 정주-정읍-고창지구 유세에서 후보들은 저마다 자신의 기호풀이에 많은 시간을 허비.
처음 등단한 기호 4번의 이원배 후보 (신민)는 사지(사지) 사주(사주) 사계(사계) 사방(사방)등 우주 만사가 4자 아닌 것이 없다고 풀이했으며 기호3번의 전종간 후보(민정당)는 손바닥을 펴보이며 『3번째 가운데 손가락이 중앙청·센터·제일 맛있는 것이 생선 가운데토막』이라면서 『가운데 손가락이 제일 기니까 표를 제일 많이 달라고. 네 번째로 올라온 유종기 후보 (국민)는 『달도 하나, 해도 하나, 임도 하나, 사랑도 하나, 마음도 하나, 유종기도 하나』라고 자신을 소개.
마지막으로 등단한 유갑종 후보(신민주당)는 『이번에는 2번, 갑종 갑종 유갑종』하며 이름을 두 번 강조.
○…5일 전남 담양 창평고교운동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자민당의 양동희 후보는 『표야 표야 민주 표야 경상도에 가지 마라, 사꾸라에 가지 마라, 유신잔당에 가지 마라, 양동희가 떨어지면 민주정치 울고 간다』는 녹두장군 노래가사를 바꾸어 부르고 하단.
○…경북 청송-영덕-울진지구에서 국민당의 오준석 후보는 타 후보들이 자신을 「유신잔당」으로 몰아붙이자 『박 대통령을 18년간 모셨으니 「유신본당」이지 어째서「유신잔당」이냐』고 응수했다.
○…5일하오 서울 공능동 공능국교에서 열린 도봉지구 합동연설회에서는 민정당 홍성우 후보의 연설도중 당원으로 보이는 40대 남자가 혈서를 써서 연단 앞을 두 바퀴 도는 새로운 작전을 구사.
이 남자는 가로30cm, 세로40cm정도 크기의 백지에 「황소 같은 홍성우를 국회로」라는 혈서를 쓴뒤 청중들을 향해 흔들었는데 일부 유권자들은 『도를 넘은 행동이 아니냐』며 눈살을 찌푸리기도.
홍 후보에 앞서 유세했던 신오철 후보(무소속)는 연설도중 홍 후보가 입장하면서 당원 등의 환호로 10분쯤 연설에 지장을 받게되자 같은 방식으로 보복(?)을 시도.
신 후보의 지지자 20여명은 신 후보의 연설이 끝난 직후 신 후보를 무등에 태우고 피킷을 앞세운 채 교문 밖 울타리주변을 20여분간 맴돌며 『7번 신오철』을 외쳤던 것.
신정사회당의 전대열 후보는 이 지역후보 8명중 자신만이 여섯 차례 옥살이를 한 해금자임을 강조하면서 헝겊으로 된 죄수번호표를 「민주회복의 훈장」이라며 제시해 이채.
전씨는 김대중사건 때 함께 구속됐던 문익환 목사·한완상 교수·이문영 교수 등이 자신에게 보내준 것이라며 이들이 감옥에서 왼쪽가슴에 달고있었다는 죄수번호표 4개를 유권자들에게 내보였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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