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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콧물·호흡곤란·눈충혈 빨리 치료하라, 놔두면 평생 고생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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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봄철 불청객 알레르기 질환

봄이면 몸에서 특히 수난을 겪는 곳이 있다. 코(비염), 호흡기(천식), 눈(결막염)이다. 꽃가루와 황사로 알레르기에 시달린다.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조상헌(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이사장) 교수는 “계절성 알레르기는 음식 알레르기처럼 원인 물질을 완벽히 피할 순 없다”며 “예방보다 적극적인 치료,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병에 대한 관심은 합병증과 다른 알레르기 질환을 예방하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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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가루 날리기 전 비염 치료 시작해야

알레르기 비염은 국민 10명 중 1명 이상이 앓는 만성질환이다. 증상은 콧물·재채기 등 코감기와 비슷하다. 열이나 목 아픔(인후통) 같은 증상은 없지만 2주 이상 증상이 오래 지속된다. 흔하다고 가볍게 볼 병이 아니다. 수면장애·두통으로 생활리듬이 망가지고 입으로 숨을 쉬게 돼 폐·기관지 등 호흡기 질환을 악화시킨다.

건국대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조재훈 교수는 “코 점막이 심하게 부으면 부비동(공기방)으로 통하는 통로가 막혀 축농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콧물 색이 누렇게 변하거나 냄새가 날 때, 안면부 통증이 심할 땐 즉시 병원을 찾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알레르기 비염 관리는 크게 네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비강 세척이다. 콧속에 묻은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없애고 ‘빗자루’ 역할을 하는 섬모 기능을 되살린다. 소금물이나 수돗물 대신 자극을 최소화하는 등장성(0.9%) 식염수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약물은 코에 뿌리는 스테로이드 분무제와 먹는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한다. 염증을 줄이고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히스타민의 작용을 억제해 증상을 개선한다. 스테로이드 분무제의 효과는 뿌린 뒤 최소 4~7일 이후에 나타난다.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이 있다면 꽃가루가 날리기 전부터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조 교수는 “최근 출시된 약물은 체내 흡수율이 적고 졸림, 입마름 등 부작용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약국에서 쉽게 살 수 있는 분무형 비점막수축제는 오래 사용하면 오히려 비염을 악화시킬 수 있어 5일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면역요법도 있다. ‘알레르기 백신’이라 생각하면 쉽다. 알레르기 원인 물질을 주사(피하면역요법)하거나 혀 밑에 넣어(설하면역요법) 면역체계를 서서히 개선한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는 설하면역요법이 상대적으로 전신 부작용이 적어 안전하다고 평가한다. 이런 데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가위나 칼로 콧속 점막을 잘라내거나 레이저, 고주파로 태워 부기를 줄인다. 회복 기간은 1~4주 정도다.

알레르기 만성화되기 전 치료 필수

천식은 외부 자극으로 인해 기도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숨길이 좁아지면서 폐 기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에게서 천식 가능성은 일반인의 3배 이상이다. 입호흡으로 인한 기관지 자극, 염증 매개물질의 이동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렇게 알레르기가 순차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알레르기 행진’이라고 한다.

조상헌 교수는 “기침, 호흡 시 ‘쌕쌕’ 하는 소리, 호흡 곤란 등 천식 증상이 나타날 때 빨리 대처하지 않으면 체내 면역 시스템이 망가지면서 알레르기가 만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증상 관리에는 스테로이드제를 쓴다. 목에 직접 쏠 수도(흡입제) 먹을 수도(경구제) 있다. 조상헌 교수는 “흡입제는 기관지에 직접 작용하고, 흡수되면 바로 사라져 경구제보다 부작용이 적다”고 추천했다. 감기 관리도 중요하다. 성인의 50~60%, 소아의 80%는 감기로 인해 천식이 악화된다. 이때는 자신이 먹는 천식약을 먼저 의사에게 보여주고 치료법을 보강·지도받는다. 봄이 되거나 스트레스가 많아지면 심해질 수 있어 ‘알레르기 주치의’를 만들어 꾸준히 관리하는 게 좋다.

눈도 외부 자극에 민감하다. 봄철엔 특히 알레르기 결막염 환자가 는다. 눈을 보호하는 결막에 알레르기 물질이 붙어 염증을 일으킨다. 눈의 가려움·충혈·화끈거림이나 끈적끈적하고 투명한 분비물이 나올 때 의심해야 한다. 명동성모안과 김소열 원장은 “안구 건조증이 있거나 렌즈를 착용하면 알레르기 물질이 눈에 더 쉽게 달라붙을 수 있다”며 “가렵다고 눈을 자주 비비는데, 이러면 각막에 상처가 나서 세균성 결막염·난시가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증상 완화에는 찬 찜질이 효과적이다. 인공눈물도 냉장고에 넣어 다소 차갑게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약물은 항히스타민 점안제, 혈관수축점안제를 증상에 맞춰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먹는 항히스타민제는 비염 등 다른 알레르기 질환이 동반됐을 때 사용한다. 심하면 스테로이드 안약을 처방한다. 장기간 사용하면 백내장·녹내장을 일으킬 수 있어 반드시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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