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부진,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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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2호 29면

얼마 전 관세청에서 발표한 2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2월 수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2% 줄어들어 1년 넘게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50.6%(2014년 기준)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수출 부진이 지속된다면 올해 한국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을 것이다. 경기가 나빠지면 제일 먼저 기업들의 투자가 얼어붙고, 기업의 투자 부진은 고스란히 노동시장 여건 악화로 연결된다.


그럼, 왜 이렇게 우리 수출이 얼어붙었을까?


가장 일반적인 주장은 한국 수출경쟁력의 약화인데, 이건 근거가 없다. 2008년 한국의 수출 규모는 세계 12위에 불과했고, 우리 위에는 캐나다·영국·이탈리아 등 쟁쟁한 선진국이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2014년에는 한국이 이탈리아와 영국·캐나다를 제치고 세계 7위의 수출국으로 발돋움했고, 2015년에는 이윽고 프랑스마저 추월한 세계 6위의 수출국이 되었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 수출의 성장 속도가 더 빨랐다는 이야기다. 토끼와 거북이의 우화처럼, 다른 선진국들이 놀 때 한국만 뛰어서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 리는 없으니 결국 한국의 경쟁력이 그만큼 개선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경쟁력이 개선되었다면, 우리의 수출이 줄어든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 답은 바로 글로벌 상품가격의 하락에 있는 듯 하다. 원유를 비롯한 주요 상품가격이 하락하면 한국 경제에 이롭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이런 상품가격 하락의 원인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영향은 정반대로 나타난다. 1980년대 중반처럼 공급이 증가하면서 유가가 하락하면 ‘3저 호황’ 같은 호경기를 유발하지만, 2008년처럼 수요부진 영향으로 상품가격이 하락할 때에는 한국 경제도 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2014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상품가격의 급락사태는 수요와 공급 중 어떤 요인에 의해 유발되었을까?


처음에는 미국 셰일오일 혁명에 따른 ‘공급증가’ 원인이 우세하다는 분석이 많았지만, 유가 하락 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세계 경제가 회복되지 않고 글로벌 교역규모가 줄어들자 이제는 ‘수요부진’에 초점을 맞추는 분석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간단하게 말해, 그간 원자재에 대한 수요 증가를 주도하던 중국 등 신흥 개발도상국의 수요가 부진한 게 상품 가격 하락의 주된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2016년 1~2월 중 한국의 전체 수출은 15.7% 줄어들었는데, 그 가운데 중국으로의 수출은 17.6% 그리고 중남미로의 수출은 23.6% 줄어드는 등 신흥 개발도상국으로의 수출부진이 두드러지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상품가격의 하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독립국가연합과 중동지역으로의 수출도 각각 16.2%와 18.6% 줄어들어 한국 수출 부진의 주범이 되고 있다.


그럼 우리는 어떤 처방책을 세워야 할까?


수출부진의 원인이 대외 변수의 악화에 있는 만큼, 금리 및 재정정책의 기조를 보다 경기 친화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재정정책의 기조를 전환하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만큼, 통화정책만이라도 보다 신속하게 대응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홍춘욱키움증권 수석 연구위원blog.naver.com/hong8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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