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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그대' '태후' 수입한 中사장은 '한국 오빠 바이어'

중앙일보

입력

중국에는 저 말고도 ‘한국 오빠’ 전문가가 무척 많아요.”

하루 16억 뷰(view)의 중국 최대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愛奇藝)의 콘텐트 선택과 구매를 총괄하는 장위신(張語芯·33·사진) 판권제작센터 총경리는 중국에서 ‘오빠 바이어(歐巴購入者)’로 불린다.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와 ‘태양의 후예(태후)’의 중국 내 독점 방영권을 사들여 김수현과 송중기 신드롬을 일으킨 장 총경리에게 중국 언론이 붙인 별명이다.

22일 베이징 리두(麗都)의 호텔에서 만난 장 총경리는 “드라마 판권 구입은 마치 도박과 비슷하지만 직감에 의지해 고른다”고 말했다. 중국의 유명 무협드라마 ‘사조영웅전’ ‘천룡팔부’를 제작한 장지중(張紀中·65) 감독의 딸인 장 총경리는 선구안을 가진 콘텐트 전문가다.

그는 2014년 가을 직원으로부터 ‘상속자들’의 김은숙 작가가 ‘태후’를 촬영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한국행 여객기에 올랐다. 제작사와 만나보니 주연 배우, 감독, 촬영 시기와 장소가 모두 미정이었다. 그는 2013년 ‘상속자들’의 독점 방영권을 놓쳤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 자리에서 구입을 결정했다. 이틀 뒤 제작사를 다시 찾아 편당 150만 위안, 총 2400만 위안(43억원)에 구두 계약했다. 중국 드라마에 비하면 비싼 가격도 아니었다. 현재 촬영 중인 ‘후궁·여의전(如懿傳)’의 판권은 편당 900만 위안, 총 8억 위안(1426억원)에 계약됐다. 송혜교와 송중기가 캐스팅했다는 소식은 계약 후에 들었다.

그는 “지난해 4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의 ‘한외령(限外令·외국 콘텐트를 제한하는 명령)’이 한·중 동시 방영을 성사시켰다”고 밝혔다. 새로운 규제로 한국과 시차를 두고 방영하게 되면 해적판이 범람한다는 생각이 들어 제작사에 100% 사전 제작과 사전 심사를 요청했다. 강제 요구가 아닌 희망 사항이었지만 제작사가 흔쾌히 받아들였다. ‘태후’가 중국에서 첫 동시 방영 외국 드라마가 된 이유다.

장 총경리는 한국의 고질적인 ‘쪽대본’을 ‘태후’가 바꿨다는 평가에 대해 “사전 제작이 100% 정답은 아니다. 스토리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후’ 제작사에 중국 화처(華策)그룹이 590억원을 투자한 것에 대해 그는 “중국의 영상 제작사는 세계 정상급 회사와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한·중이 윈-윈 모델로 나아가는 것은 자본의 속성”이라고 해석했다.

2000년 처음 한국을 방문해 국산차 일색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장 총경리는 후속작 계획을 묻자 “콘텐트가 관건으로 아직 비밀”이라고 말했다. 중국 팬 사이에서 이슈가 된 송중기 극중 사망설과 관련, “끝까지 드라마를 즐겨달라”고만 당부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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