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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4세 딸 암매장 "친모 상습폭행, 계부도 폭행 가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충북 청주 네살배기 딸 암매장 사건과 관련 계부가 딸이 숨지기 전 폭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청주청원경찰서는 안모(당시 4세)양이 2011년 12월 숨지기 전 친엄마 한모(36)씨의 상습적인 학대가 있었고 계부 안모(38)씨도 폭행에 일부 가담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23일 밝혔다.

곽재표 청원경찰서 수사과장은 “숨진 한씨 메모에서 ‘거짓말을 하는 딸을 상습적으로 때렸다’는 기록을 토대로 안씨를 추궁한 결과 그도 ‘한 두 차례 딸 아이를 때렸다’고 했다”며 “안씨가 ‘이마를 때려 눈에 멍이 든 적이 있다’고 진술해 아동폭행 혐의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씨는 “자신이 상습적으로 한 건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한씨 메모를 분석한 결과 이번 안양 사건이 가정불화에 따른 딸 살인 사건인 것으로 보고 있다. 미혼모였던 한씨는 2009년 9월까지 딸을 일반 가정에 위탁했다 다시 2011년 4월까지 아동생활시설에 맡겼다. 그 해 5월 안씨와 결혼하면서 딸을 집으로 데려와 함께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곽 과장은 “메모에 ‘아기가 온 것으로 인해 모든 갈등이 시작됐다’고 써 있었다”며 “아이양육 문제 외에도 경제적인 이유, 남편이 게임에 빠져 있었던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점 때문에 한씨는 메모에 ‘헤어지고 싶다’, ‘모든 걸 내려놓고 싶다’는 표현을 썼다고도 했다. 졸지에 천덕꾸러기가 된 딸을 원망하며 ‘너로 인해서, 너로 인해서’ ‘애만 없었으면….’이란 범행 징후도 발견했다고 했다. 숨진 한씨는 메모에서 “딸이 오줌을 싸서 베란다에 가두는 벌을 줬는데 이내 방에 들어왔다. 왜 왔냐고 묻자 ‘아빠가 들어오래서 나왔다’는 거짓말을 해 화가 났다”는 내용도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충북 진천군의 한 야산에 묻힌 것으로 파악된 안양 시신 수습작업은 계부 안씨를 추가 조사한 뒤 재개하기로 했다. 경찰은 지난 22일 안씨에 대한 거짓말 탐지기 조사결과 그가 지목한 암매장 위치를 묻는 질문에 ‘거짓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다만 안씨가 딸이 숨진 날을 크리스마스 4일 전, 화요일이라고 기억함에 따라 ‘2011년 12월 20일’을 사건 발생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안양 시신을 찾는 게 급선무로 보고 있다. 수사가 안씨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고 현재 밝혀진 건 안씨에 대한 사체유기 혐의 입증 정도이기 때문이다. 곽 과장은 “안양이 숨지기 전인 2011년 12월 전후 병원기록을 확인하는 등 안씨의 폭행 혐의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씨는 5년 전 친모 한씨가 물을 받은 욕조에 딸의 머리를 수 차례 담가 숨지게 한 딸을 암매장 한 혐의(사체유기)를 받고 있다. 한씨는 지난 18일 “다 내 잘못이에요”란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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