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서 다시 꿈을 향해 뛰는 양제윤, LPGA 예행연습

중앙일보

입력

 

기사 이미지

3년 만에 LPGA 투어 대회에 출전하는 양제윤. [사진 양제윤]

2012년 한국여자프로골프 대상 수상자인 양제윤(24)은 지난 3년간 슬럼프에 빠져 팬들의 기억에서 멀어졌다. 처음으로 1부 투어 시드를 잃었고, 스폰서도 없다. 투어 데뷔 2년 만에 정점을 찍었던 그는 3년 새 더 이상 떨어질 때가 없는 밑바닥까지 추락했다.

신인의 마음으로 다시 출발하고 있는 그는 가슴 속에 간직했던 꿈을 꺼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출이다. 절망의 끝에서 꿈을 향해 한 걸음씩 걷기로 마음을 먹었다. 운이 좋게도 예행연습의 기회를 잡았다. 양제윤은 2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스베드 파크하야트 에비에라 골프장에서 열리는 LPGA 투어 기아 클래식에 초청 선수로 출전한다. 2013년 US여자오픈 이후 3년 만에 다시 미국 무대에 참가하는 것이다.

현지시간으로 21일 미국에 도착한 양제윤은 오랜 만에 요동치는 심장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는 “국내 대회와는 환경이 달라서 설레는 마음이 크다. LPGA 투어 대회다 보니 신인처럼 새롭게 참가하는 마음이 가득하다”며 두근거림을 표현했다. 하와이에서 전지훈련을 했던 그는 2주 전 초청 소식을 듣고 들뜬 마음으로 대회를 준비해왔다. 그는 “준비 기간이 짧았지만 전지훈련을 잘 소화했기 때문에 평소 해왔던 대로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현재 컨디션이 좋아 코스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14년 초에 헤어졌던 스윙 코치 앨런 윌슨(캐나다)과 다시 재회해 시즌을 준비한 게 자신감 회복에 도움이 됐다. 양제윤은 “시드를 잃고 클럽을 못 잡을 정도로 충격이 컸다. 하지만 윌슨 코치와 다시 훈련하면서 신인의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했다”며 “그 동안 레슨을 해줬던 코치가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스윙 점검을 꾸준히 받지 못해 밸런스가 깨졌고, 골프가 계속 힘들었다. 하지만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고, ‘무조건 하자’는 마음가짐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또 코치님을 만나면서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양제윤은 2012년 우승 2회, 준우승 1회로 그해 최고의 선수로 뽑혔다. 하지만 국내 투어 상금 순위 부문에서 2013년 60위, 2014년 61위, 2015년 66위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결국 시드를 잃었다. KLPGA 시드전에서도 82위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탈락했다. 이제 2부 투어를 뛰어야 하는 양제윤은 오는 8월부터 시작되는 LPGA 투어 1차 Q스쿨을 겨냥할 예정이다.

양제윤의 이번 대회 목표는 컷 통과다. 2013년 US여자오픈 당시 1라운드에서 2언더파를 쳐서 컷 통과가 유력했지만 2라운드에서 9오버파로 부진한 탓에 1타 차로 탈락했다. 2012년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는 공동 45위에 머물렀다. 그는 “제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양제윤은 LPGA 투어에서 꾸준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선배들처럼 되고 싶어 한다. 그는 “박인비나 유소연 프로는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묵묵하게 그 자리에서 지키고 있다. LPGA 투어에 합류해 이들 선배들과 함께 플레이를 해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성적 부진에 대한 보도와 팬들의 질타로 인해 상처를 많이 받았지만 이젠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졌다. 그는 “정신적으로 강해졌고, 생각도 커졌다. 심리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서 더 강해지기 위해 노력도 하고 있다. 이제는 정말 열심히 안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후회 없이 준비했다”고 말했다. 양제윤은 8월 캘리포니아주 란초 미라지의 미션 힐스 골프장에서 열리는 2016 LPGA 투어 1차 Q스쿨을 통해 미국 무대의 문을 두드릴 예정이다. 그는 “7월부터 체력, 기술, 심리 훈련을 균형 있게 할 계획이다. 한국 선수들이 지금껏 너무나도 잘 하고 있기 때문에 그 길에 합류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20살의 어린 나이에 급작스러운 성공 그리고 실패를 경험한 양제윤은 자신을 반짝 했다가 사리지는 ‘별똥별’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24살의 양제윤은 아직 어리다. 그는 또 다른 10년을 위해 올해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