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지역으로 몰리는 주택수요

중앙일보

입력

올들어 주택매매시장이 싹 가라앉았다.매물은 늘었지만 살 사람이 확 줄었다.웬만한 구매수요는 거의 집을 사서 그런지 중개업소를 찾는 발길이 뜸해졌다.서울만 봐도 그렇다.올해 2월까지 거래량은 2만250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7% 감소했다.전국 기준의 감소폭은 23.1% 수준이다.

반면에 전셋값은 상승세다.서울은 2월까지 0.4% 가량 올랐다.구매수요가 전세로 돌아서서 그런 모양이다.이사철인 3,4월에는 오름폭이 더 클 것 같다.
그래서인지 전세가격 비율이 매매가 대비 80%대를 넘어 90%를 웃도는 아파트가 심심찮게 눈에 띈다.일부에서는 전셋값이 매매가보다 높은 경우도 나온다.
집값이 더 이상 오를 가망이 없는 곳이야 그렇지만 상승여지가 충분한 지역은 투자 기회일 수도 있다.

예를 보자.경기도 일산신도시 역세권 73.6㎡형 아파트의 매매가는 2억2000만원이고 전세가는 2억원이다. 2000만원만 보태면 구입이 가능하다. 집값에 비해 투자금이 소액이여서 연간 1%씩만 올라도 5년 후 팔았을 때 1100만원의 양도차익이 생긴다. 세금과 비용 등을 쳐도 700만원은 족히 된다. 투자수익률은 35%로 연평균 7% 수준이다. 1가구2주택자라면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만 차익이 적고 장기보유 공제액을 감안하면 큰 액수는 아니다. 전셋값은 더 오를 가능성이 커 수익률은 훨씬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매물로 나온지 1개월이 넘었는데도 주인을 못찾고 있다. 인기 높은 소형 아파트인데도 매기가 없다는 것은 시장이 그만큼 얼어붙었다는 소리다. 앞으로 집값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분위기가 확산된 탓이다.
이런 와중에서도 서울 반포동의 3.3㎡당 4000만원이 넘는 비싼 아파트는 간간이 거래가 이뤄진다.오를만큼 올라 심리적 부담이 있을만도 한데 매입자가 있다는 것은 미래의 투자가치가 높다고 평가된다는 얘기가 아니겠나.

여기서 일산의 3.3㎡당 1000만원하는 소형 아파트와 4000만원이 넘는 서울 반포 아파트의 투자가치를 따져보자.
가수요가 없는 평상적인 상승세에서는 평당 단가가 싼 일산 아파트가 유리하다. 1000만원이 1500만원 되기는 쉽지만 4000만원이 5000만원으로 오르기는 심리적 압박이 강하다. 내릴 때도 비싼 곳이 아무래도 많이 떨어지는 법이다.

그런데도 비싼 반포 아파트가 인기가 높은 이유가 뭘까. 몇년만 지나면 공급보다 수요가 적어져 시장 판세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진단되기 때문이다.
집이 남아도는 때가 되면 강남권과 같은 인기지역으로 인구가 몰리고 교통이 불편한 외곽지역은 한산해질 것이란 얘기다.일본도 그렇다.

아직 걱정할 단계은 아니지만 우리도 이제 성공적인 자산관리를 위해 10년 정도 내다보고 집 구매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 지역별 차별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의미다.
예전같으면 신개발지에 들어가야 돈을 벌었지만 앞으로는 시내 중심부가 투자가치가 높아진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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