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江南通新 사용설명서] 사는 게 팍팍하다고 느껴질 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5면

늦은 밤 택시를 타고 집에 가는 중이었습니다. 택시 기사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깐 말이 끊겼습니다. 휘황한 고층빌딩의 불빛을 바라보고 있는데 기사분이 툭 한마디 하시더군요. “사는 게, 참 팍팍해요.” 순간 그 말이 왜 그리 가슴에 와 닿던지 “그렇죠. 그러네요” 하고는 말았습니다. 더 나은 대답을 찾을 수가 없었거든요.

 그렇게 팍팍한 도시 생활을 견디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전원생활을 꿈꿉니다. 향긋한 흙냄새와 청명한 공기가 있는 곳, 바다가 보이는 창이 있는 아름다운 집에서 언젠가는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살겠다고 생각하죠.

 이번 주 커버스토리에서는 인천 강화도에서 세컨드 라이프를 즐기는 사람들을 찾았습니다. 강화도는 서울과 가깝고 바다와 산을 모두 누릴 수 있는 곳으로 세컨드 하우스의 최적지로 주목받고 있다고 합니다. 귀농이나 귀촌을 선택한 사람들의 고민인 의료시설이 인근 인천에 구비돼 있다는 것도 장점이고요.

 전원생활에 대한 관심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 시기를 맞으면서 전원주택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나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 팍팍한 도시생활을 견디며 번 돈으로 은퇴 후 꿈꾸던 삶을 누리려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겁니다. 일주일 중 나흘은 도시에서, 사흘은 강화도에서 지내며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구현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여유로운 미래를 그려볼 수 있습니다.

 가로수길은 왜 가로수길일까요. 답은 가로수가 많아서입니다. 너무 당연한가요. 그런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도시에 있는 도로 대부분에는 가로수가 심어져 있으니, 가로수가 있다는 게 가로수길로 불릴 이유는 아닌 거죠. 그런데 그 수많은 가로수 길 중에 신사동 그 길에만 ‘가로수길’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건축가 곽희수는 그 이유를 폭 11m의 좁은 도로인 가로수길에 수령 30년 이상의 커다란 가로수 140여 그루가 심어져 있다는 게 차이라고 말합니다. 좁은 길에 가로수가 심어져 있으니 대로변의 가로수보다 더 커 보이는 거죠. 가로수길이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특별함을 주려면 이 가로수를 잘 활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가로수 가지가 간판 가린다고 잘라내 버리는 일은 더 이상 없기를 바랍니다. 팍팍하지만 그래도 어딘가 낭만적인 구석이 있는 도시의 삶을 위해서 말입니다.

박혜민 메트로G팀장 park.hyem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