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IS 지지자들, 브뤼셀 테러 직후 온라인에 찬양글 올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다시 테러의 폭탄이 유럽연합(EU) 행정수도인 벨기에 브뤼셀에서 터졌다. 시민들이 분주하게 일터로 가는 시간인 22일 오전 8시에서 9시(현지시간) 사이 대중교통의 핵인 공항과 지하철을 노렸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서구 문명을 공격했던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130명 사망) 이후 131일 만의 일이다. 두 테러 모두 공격이 쉬운 소프트타깃을 목표로 삼았다.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는 이날 테러 직후 "두려워했던 일이 벌어졌다. 우리에겐 암흑기"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베르나르 카즈뇌브 내무장관은 "이번 테러는 EU에 대한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공격을 받은 지하철역인 말베이크는 유럽연합(EU) 집행부와 이사회 건물로부터 각각 500m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EU 심장부라 할 수 있다.

아직 테러를 저질렀다고 나선 단체는 없다. 현지에선 IS와의 관련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파리 테러 주범으로 나흘 전인 지난 18일 브뤼셀에서 검거된 살라 압데슬람의 추종자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압데슬람 체포에 대한 보복으로 행동에 나섰을 수 있기 때문이다. 브뤼셀 테러 직후 IS 지지자들은 온라인에 찬양 글을 올렸다. 벨기에 내무장관 얀 얌본은 지난 21일 "압데슬람의 검거로 보복을 불러올 수 있다. 한 조직세포를 검거하면 다른 조직 세포가 행동에 들어갈 수 있다. 우린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압데슬람은 브뤼셀의 몰렌베이크 출신으로 가장 많은 사상자가 나온 바타클랑 극장 주차장에서 발견된 폴크스바겐 폴로 승용차를 벨기에에서 빌린 인물이다. 형 브라힘은 파리의 바와 레스토랑에서 총기를 난사했다. 압데슬람 자신은 자살폭탄 조끼를 입고 파리 북부의 생드니 경기장으로 향했다가 막판 마음을 바꾸고 도주했다.

그는 검거되기까지 127일간 브뤼셀 일대에 숨어 있으면서 새로운 테러를 모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검거 작전에서 벨기에 당국은 다량의 무기와 중화기를 발견했다. 디디에 렝데르 벨기에 외교장관은 20일 브뤼셀에서 열린 보안 전문가 회의에 참석해 “압데슬람이 추가 테러를 계획했고 실제로 실행할 수도 있었다고 수사당국에 진술했다”고 말했다. 압데슬람을 중심으로 형성된 새로운 테러 네트워크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파리 테러 네트워크가 뿌리 깊고 넓다는 것도 확인한 상태다. 모로코계 벨기에인 모하메드 아브리니(32)는 파리 테러 직전 압데슬람 형제를 차에 태우고 프랑스와 벨기에를 두 차례 오갔으며 파리 테러범들에게 은신처를 물색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새로 공개 수배된 나짐 라크라위의 DNA가 파리 테러에 사용된 폭발물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파리 테러 총책으로 경찰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압델하미드 아바우드가 자신을 “90명의 가미카제(神風) 특공대(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자살특공대) 사령관”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벨기에·프랑스 당국은 압데슬람이 추가 테러에 대한 진술을 해주길 희망했으나 무산됐다. 벨기에 검찰인 프레데릭 반 리우는 21일 "(압데슬람의 실토가) 사실을 밝혀줄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들의 기대는 기대에 그쳤고 불안감은 사실로 드러났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