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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벨기에는 'IS전사 양성소'가 됐을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벨기에는 '유럽 테러의 온상'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우선 '유럽 내 이슬람 수도'로 불릴만큼 무슬림 인구 비중이 높다. 국제급진주의연구센터(ICSR)에 따르면 벨기에(1100만명)의 무슬림 인구는 50만명~64만명으로 추정된다.

단순히 무슬림만 많은 건 아니다. 유럽의 어떤 국가들보다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한 '벨기에 출신 전사'가 많다. 22일 CNN은 "벨기에는 유럽국가 가운데 시리아에서 전투경험이 있는 외국인 전투요원(500명)을 가장 많이 배출한 나라"라고 보도했다.

왜 벨기에는 'IS전사 양성소'가 됐을까. 그 기저에는 벨기에에 사는 무슬림 이민자들의 불만이 깔려있다.

벨기에 안에서 무슬림이 가장 많은 몰렌베이크가 대표적이다. 모로코·터키·시리아 출신의 무슬림이 집단거주하는 몰렌베이크는 인구 10만 명 중 30%가 무슬림이다.

문제는 벨기에 본토 출신과 이민자 간의 격차다. 벨기에 평균 실업률이 9%인 데 비해 몰렌베이크의 실업률은 30%나 된다. 영국(5.1%)이나 유럽연합(10.3%)과 비교해봐도 압도적으로 높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무슬림들의 불만이 쌓이면서 상당수가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의 급진 사상에 빠져들고 있는 게 근본 원인이다. 사회에서 소외되고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린 이들이 '먹여주고 재워준다'는 IS 등 테러조직에 가담하고 있다.

벨기에가 교통의 요지라는 점도 테러의 온상이 된 원인 중 하나다. 면적(3만528㎢·남한의 3분의 1)이 작은데다 프랑스·네덜란드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범행을 모의하기에도, 도주하기에도 수월한 입지다.

작은 나라인 벨기에가 언어별로 프랑스어권, 네덜란드어권, 독일어권으로 나뉘어진 데다 경찰 행정조직이 분리된 것도 테러 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 브뤼셀은 인구가 100만 명 안팎이지만 경찰조직은 6개로 나뉘어져 있다. 시민들을 보호해야할 조직 내에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테러대응에 허술하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테러조직 입장에서는 벨기에에서 테러를 저지른다는 건 '유럽의 심장부'를 공격했다는 상징성마저 있다.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직후, 벨기에가 미국 워싱턴과 함께 이슬람국가(IS)의 공격 목표로 지목된 이유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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