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바둑의 원리를 깨친 알파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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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인공지능(AI) 알파고로 인한 충격이 적지 않았다. 아직 미흡할 것이라 평가되던 인공지능이 상상 이상의 경지에 올라 있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 두렵기까지 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다면 알파고는 바둑의 원리를 ‘깨친’ 것일까, ‘깨우친’ 것일까? “알파고는 딥러닝 기법을 통해 바둑의 원리를 깨친/깨우친 것으로 보인다” “대국이 더해 갈수록 이세돌은 알파고의 약점을 깨쳤으나/깨우쳤으나 아쉽게도 승패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등의 예문에서는 어느 것이 맞을까?

‘깨치다’와 ‘깨우치다’는 혼동해 쓰기 쉬운 단어다. ‘깨치다’는 ‘일의 이치 등을 깨달아 알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깨우치다’는 ‘깨달아 알게 하다’는 뜻으로, ‘깨치다’의 어근 ‘깨치-’에 다른 사람에게 어떤 동작이나 행동을 하게 할 때 쓰는 사동 접사인 ‘-우-’가 붙어 ‘깨우치다’가 된 것이다.

다시 말해 ‘깨치다’는 스스로 모르던 것을 알게 됐을 때 쓴다. 이와 달리 ‘깨우치다’는 “동생의 잘못을 깨우쳐 주다”에서와 같이 깨닫도록 남을 가르쳐 주는 경우에 사용한다.

따라서 위 예문에서는 알파고가 스스로 모르던 것을 알게 된 경우이므로 ‘깨치다’를 사용해야 한다. 즉 “알파고는 딥러닝 기법을 통해 바둑의 원리를 깨친 것으로 보인다”와 같이 써야 한다. 이세돌 역시 스스로 깨달았으므로 “대국이 더해 갈수록 이세돌은 알파고의 약점을 깨쳤으나 아쉽게도 승패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처럼 ‘깨치다’를 써야 바르다.

김현정 기자 noma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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