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곱셈추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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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오늘 왜 이렇게 안 나오지? 곱셈추위라서 그런가?” 인터넷에는 ‘놀라운 맞춤법’의 하나로 이런 내용의 카톡 대화가 올라 있다. 요즘처럼 봄이 오는 길목에서 따뜻하게 느껴지다 갑자기 추워진 날 이런 대화가 오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꽃샘추위를 잘못 쓴 것이다. 하지만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면 두 배, 세 배로 춥게 느껴지니 ‘곱셈추위’가 언뜻 맞는 말 같기도 하다. 알면서 장난으로 그랬는지 알 길이 없지만 인터넷에 “곱셈추위가 뭐예요”라는 질문이 올라 있는 것을 보면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닌 듯하다.

꽃샘추위는 시베리아 고기압이 세력을 회복해 추위를 몰고 오면서 봄을 더디게 할 때를 이르는 말이다. 풀어 보면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는 추위’로 운치 있는 표현이다. 잎이 나오는 것을 시샘하는 추위란 뜻으로 ‘잎샘추위’라고도 한다.

참고로 봄추위를 중국에서는 ‘춘한(春寒)’, 일본에선 ‘하나비에(花冷え)’라고 부른다. ‘춘한’은 글자 그대로 봄추위를 뜻하는 말이다. ‘하나비에’는 ‘꽃추위’ 정도로 ‘춘한’보다 비유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단순하긴 마찬가지다.

“겨울추위에는 살이 시리지만 봄추위에는 뼈가 시리다” “꽃샘잎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곱셈추위’라고 했듯이 ‘꽃샘추위’가 몇 배로 더 춥게 느껴진다는 뜻이다.

 따스한 봄날이 찾아왔지만 아직 몇 번의 꽃샘추위가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봄추위와 늙은이 건강”이라는 속담이 있다. 당장은 대단한 것 같아도 이미 기울어진 기세라 오래가지 못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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