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농수로에서 40대 여성 의문사…경찰, "치명적 상처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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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중앙일보 DB]

경기도 화성의 한 농수로에서 40대 여성이 속옷만 입은 몸으로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1일 화성서부경찰서에 따르면 김모(47ㆍ여)씨의 시신은 지난 20일 오전 11시30분쯤 화성시 장안면 장안 5리와 8리 마을을 연결하는 농수로 안에서 발견됐다.

미꾸라지를 잡기 위해 농수로에 내려간 주민 이모(48)씨가 처음 발견했다. 발견 당시 김씨는 하의 속옷만 입은 채 우측으로 기운 엎드린 상태에서 농수로 벽면을 보고 있었다. 농수로는 높이 3m, 폭 3m 정도다. 농수로는 농번기가 아니어서 어른의 종아리 정도(40cm) 높이만 물이 차 있었다. 김씨의 옷으로 추정되는 외투와 트레이닝 상의, 브레이지어 등은 21일 오전 발견 장소에서 하류 쪽으로 185~300m 떨어진 곳에서 각각 발견됐다.

여성 시신 발견 소식이 퍼지자 현지 주민들은 "20여 년 전 화성연쇄살인사건이 떠올랐다"고 입을 모았다. 전유원(48) 장안5리 이장은 “목격자 이씨의 말을 듣고 경찰에 신고하기 위해 시신이 있는 장소에 도착한 순간 화성연쇄살인사건이 떠올라 오싹했다”며 “수사에 나선 경찰들이 일단 연쇄살인사건과 직접적 연관성이 적다는 말을 해 조금이나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의 종아리에서 다수의 멍 자국과 긁힌 상처가 발견됐고 익사·저체온사망, 일산화탄소 중독 때 나타나는 선홍색 반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씨의 사망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외상이나 타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21일 나온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1차 부검결과도 비슷했다. 국과수는 “사인으로 볼만한 치명적 손상이나 골절 등은 없다”고 경찰에 통보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때처럼 피해자의 목에 졸림흔적이나 성폭행 가해자의 체액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대체로 시신의 상태를 보면 직감적으로 타살인지 자살인지 느낌이 오는데 이번 사건은 잘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워낙 한적한 곳에서 발생해 타살ㆍ자살ㆍ사고사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경찰은 이달 초 김씨가 조증과 울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조울증 약극성장애' 진단을 받았고, 2003년에는 정신장애 3급을, 2005년에는 정신병원 입원치료 전력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화성시 태안읍(현재 전철 1호선 병점역 인근) 반경 2km에서 6년간 10~70대 여성 10명이 살해된 사건이다.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만들어져 유명했지만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화성=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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