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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학대·암매장한 부부…의붓아빠 구속, 엄마는 목숨 끊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학대로 숨진 네 살배기 딸을 암매장한 의붓 아버지가 구속됐다. 부산에서는 30대 의사가 미숙아로 태어난 4개월 된 딸을 숨지게 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었다.

청주서 네 살배기 ‘욕조 학대’
부산선 미숙아 딸 장애 비관
30대 의사 아버지 동반 자살

충북 청주청원경찰서는 2011년 12월 당시 4세였던 의붓딸이 숨지자 아내와 함께 충북 진천의 한 야산에 시신을 파묻은 혐의(사체유기)로 안모(38)씨를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당시 딸 시신을 함께 묻었던 친어머니 한모(36)씨는 최근 “모두 내 잘못이다”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청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암매장된 딸은 한씨가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아이다. 안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내는 딸아이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머리를 욕조 물에 수차례 담가 숨지게 했다”며 “딸의 시신은 이틀간 아파트 베란다에 방치한 뒤 진천의 야산에 묻었다”고 진술했다. 안씨 부부의 범행은 “취학할 나이가 됐는데도 학교에 나오지 않는 아동이 있다”는 학교 측의 연락을 받은 동주민센터 직원이 지난 17일 이들 부부의 진술과 행동을 수상히 여기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밝혀졌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아내 한씨는 지난 18일 오후 9시50분쯤 청주시 청원구 자신의 집에서 번개탄을 피워놓고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한씨의 유서 내용을 토대로 남편 안씨를 추궁해 “5년 전 딸이 숨져 시신을 땅에 묻었다”는 자백을 받았다. 경찰은 딸을 묻었다고 한 진천군 백곡저수지 인근 야산에 데려가 딸의 시신을 찾아봤지만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미취학아동 조사를 하고 있는 교육당국의 허점도 노출됐다. 숨진 안양은 2014년 2월 청주의 A초교에 입학했어야 했지만 숨진 한씨가 “홈스쿨(가정학습)로 키우겠다”는 등 거짓 통보한 뒤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학교 측은 안양을 입학유예자로 바꿔 정원 외 관리대상으로 했지만 이를 교육청에 보고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교육청·경찰이 지난해 12월부터 진행한 초등학교 미취학자와 장기 결석 초·중학생 조사대상에도 빠졌다.

의사 아버지가 미숙아로 태어난 생후 4개월 된 딸과 함께 목숨을 끊은 사건도 발생했다. 19일 부산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10분쯤 부산시 동대신동에 사는 장모(33)씨가 생후 4개월 된 딸과 침대에 누워 숨져 있는 것을 장씨의 아내 이모(35)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 집 거실 탁자에는 주사기 3개와 비어있는 근육이완제 한 병이 발견됐다.

경찰은 장씨가 딸을 질식시켜 숨지게 한 뒤 자신은 근육이완제를 과다 투여해 호흡곤란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미숙아로 태어난 딸이 영양분 공급을 위해 혈관확장수술을 한 뒤 후유증으로 오른쪽 손가락 4개가 절단된 것에 대해 장씨가 괴로워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청주·부산=최종권·유명한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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