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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억 달러 규모 VR 시장 놓고 게임 ‘스타트’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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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1호 18면

잇딴 가상현실(VR) 기기의 등장으로 뛰면서 총을 쏘고, 활시위를 당기거나 가상인물과 온몸으로 농구를 즐기는 게임들(사진 왼쪽부터)이 속속 모습을 보이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도심 한복판에 자리잡은 모스코니 센터. 게임개발자회의(GDC)에 참여하기 위해 2만 6000명이 모여들었다. 올해로 30회째인 이 행사에는 전 세계의 게임 업체, 개발자, 하드웨어 제조업체 등이 모여 게임 관련 최신 기술과 미래 트렌드를 논의한다. 이번 행사의 대세는 누가 뭐래도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었다. 관련 부스와 강연마다 만석 행진을 이어갔다. 첫 공개된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VR과 이달 28일 출시되는 오큘러스 리프트가 관심의 촛점이 됐다.


소니 컴퓨터엔터테인먼트의 최고경영자(CEO) 앤드류 하우스는 15일 직접 연단에 서서 ‘플레이스테이션(플스) VR’을 소개했다. 세계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선두 자리를 내놓고, 실적 부진으로 잇딴 구조조정을 해야 했던 소니로선 재도약의 성패를 건 야심작이다. 하우스는 “훌륭한 경험을 제공하고, 그것이 입에서 입으로 퍼져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차세대 게임 시장의 주도권을 잡아 나가는 전개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존심을 건 이 제품의 성공을 위해 출시 시점은 당초 예상보다 4개월 늦춘 10월로 잡았다. 그만큼 마무리 작업에 공을 들이겠다는 뜻이다. 플레이스테이션 VR의 가격은 이달 28일 세계 시장에 선을 보이는 경쟁사 오큘러스 리프트(599달러)보다 저렴한 399달러다.


차원이 다른 현실감으로 게이머 유혹 이튿날 행사장 정 중앙에 위치한 소니 체험장을 찾았다. 스마트폰으로 예약을 하고도 30여분 남짓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신청자가 몰렸다. 플레이스테이션 VR을 모자를 쓰듯이 착용했다. 부담스럽지 않은 무게감, 코와 얼굴 부위와 맞닿는 부위의 촉감이 부드럽게 느껴졌다. 5개의 데모 게임 가운데 총싸움 게임 ‘런던 하이스트’를 선택했다. 막대기 형태의 컨트롤러를 양손에 하나씩 쥐자 눈 앞에 화면에 없던 ‘양 손’이 생겨났다. 차 안에 앉아 도로 위를 달리며 공격자들을 총으로 쏴 응징하는 형식의 게임은 몰입감이 상당했다. 실제처럼 차량의 속도감이 느껴지고, 총알이 바닥나면 차안에 보이는 탄창을 총에 끼워넣는 방식으로 장전하기 위해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야 했다.


소니가 섬세한 몰입감을 줬다면 오큘러스 리프트는 조금 더 활동적인 게임을 가능하게 했다. 소니와 체험부스를 나란히 연 오큘러스에선 별도의 방을 마련해 각각 1명씩 데모 게임을 이용해볼 수 있도록 했다. 앉아서 하는 게임 체험을 했던 소니와는 다르게 오큘러스는 서서 하는 방식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총싸움 게임을 선택해 컨트롤러를 쥐자 화면에 양 손이 등장했다. 양 팔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총을 집거나 장소를 이동했다. 오큘러스 직원 알렉스 홀랜드씨는 “머리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기술을 세밀하게 개발해 시선을 바꾸는 것으로도 화면 전환 등 여러가지를 조작할 수 있는 게임을 내놓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2013년 오큘러스에 20억 달러를 투자했다. 오큘러스는 중소 규모 게임 개발업체에 자금을 지원해 올해에만 100여 종의 VR 게임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리프트를 게임 개발자에게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 아예 개발자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생태계’를 선점하겠단 의도다. 페이스북은 회사 내에 소셜 VR팀을 만들었다.


“VR 가능성이 아니라 어떻게 잘 할까 따질 때” VR 기기에 대한 게임업체들의 기대감은 상당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세계 게임시장 규모는 1230억 달러에 달한다. 이 가운데 플레이스테이션과 엑스박스 등 콘솔 기기를 활용한 비디오 게임 시장이 35.8%로 가장 크고 PC 기반 게임이 28.3%, 모바일 게임이 17.5%로 뒤를 따르고 있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은 매년 두자리수 성장을 이어가는 반면 비디오와 PC 게임은 정체 상태다. 상대적으로 비싼 기기와 게임 소프트웨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VR이다. 모바일 게임으로는 제공하기 어려운 현장감과 몰입도를 제공해 게이머들의 관심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특히 ‘앉아서 손(마우스와 키보드)으로 하는’ 게임 대신 ‘온 몸(full body)’으로 즐기는 게임에 기대를 걸고 있다. 버츄익스는 전용 신발을 신고 원형 기기에 올라서 360도 방향으로 뛰고 구르며 총싸움을 할 수 있는 ‘옴니’를 선보였다. 체험에 참여한 게임 개발자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연신 탄성을 질렀다. 옵티트랙은 VR 기기를 착용하고 혼자서 농구 게임을 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을 공개했고, 아바다이렉트는 VR을 이용한 활쏘기 게임을 선보였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전세계 VR시장 규모는 올해 10억 달러에서 2020년 300억 달러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게임 분야가 어느 정도를 차지할지가 관건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이번 행사에 17개 회사가 참여하는 ‘문화기술(CT) 한국관’을 꾸려 해외 거래선 뚫기에 나섰다. 한국 게임업체들의 수출 규모는 지난해 29억 달러로 전체 콘텐트 수출의 60%를 차지했다. 스코넥엔터테인먼트는 인기 총싸움 게임인 ‘모탈블리츠’를 삼성 기어VR로 시연해 이목을 끌었다. 이후정 스코넥 FE전략실장은 “공포물이 VR을 활용한 몰입감을 특히 잘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좀비와의 싸움을 주제로 한 게임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디이씨코리아 곽준영 대표는 호러게임 ‘더 엠’을 들고 나왔다. 그는 “시장이 큰 중국을 중심으로 저가형 VR 기기가 이미 50만대 이상 팔려나갔다”며 “VR 시장이 진짜 가능성이 있냐고 물을 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잘 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가우디오디오랩은 고개를 돌리면 들리는 소리의 방향까지 달라지는 기술을 선보였다. 정철우 엔지니어는 “VR에서 현실감을 극대화하려면 시각 뿐 아니라 청각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스크린 골프로 유명한 골프존도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용세 골프존유원홀딩스 기술전략팀장은 “스크린골프 외에 VR 영상을 즐기는 플랫폼으로 글로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테마파크에서처럼 2인승 차량을 타고 속도감이나 주행 상황을 실제로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체험형 기기다. 김 팀장은 “미국과 프랑스 개발사와 손을 잡고 올해 3분기 말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가상현실(VR) 1968년 미국 컴퓨터 과학자인 이반 서덜랜드가 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헬멧처럼 생긴 단말기(Head Mounted Display)를 공개하면서 생긴 용어로 인공적인 기술을 사용해 실제와 비슷하지만 실제는 아닌 가상 상황을 보여주는 기술을 뜻한다. 눈 앞에 보이는 실제 상황에 가상 정보를 더해주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과는 다르다.


샌프란시스코=김현예 기자?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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