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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주류 “트럼피즘과 대결” … 이단아 낙마에 안간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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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1호 11면

18일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에 반대하는 시위자들(오른쪽)이 그의 지지자들을 향해 고함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공화당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예상대로 지난 15일 미니 수퍼 화요일 경선에서 대승을 거두었다. 민주당의 경우 이번 경선으로 클린턴이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보다 두 배 가까운 대의원을 확보함으로써 샌더스의 역전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졌다. 샌더스는 반자유무역 정서로 크게 기대를 걸었던 중북부 공업지역인 오하이오·일리노이 등에서도 패배함으로써 향후 경선에서 클린턴을 넘어서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반면 공화당의 경우는 트럼프의 계속적인 승리와 텃밭 플로리다에서 트럼프에 패한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의 경선 포기에도 불구하고 아직 트럼프 대세론이 굳어지고 있지는 않다.


경선이 반환점을 돈 현재 트럼프는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되기 위한 대의원 수 매직넘버(1237명)의 절반이 조금 넘는 673명을 확보했다. 그가 매직넘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남은 전체 경선에서 과반의 대의원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일리노이·미주리·노스캐롤라이나에서의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의 선전과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의 오하이오 승리는 트럼프의 과반 확보 가능성을 단언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특히 케이식은 오하이오 승리로 트럼프의 독주를 저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향후 경선이 상대적으로 덜 보수적인 소위 블루 스테이트(blue states)에서 많이 열려 케이식에게 유리한 편이다. 중도적 보수주의에 가까운 케이식은 경선에서 중도보수 투표자들로부터 적지 않은 지지를 확보했다. 특히 가장 많은 172명의 대의원이 걸려 있는 캘리포니아(6월 7일)는 유권자들이 덜 보수적이면서도 교육 수준이 높아 트럼프 지지자와는 거리가 먼 특성을 보이고 있어 케이식이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트럼프가 패배하는 경우 트럼프의 과반 확보는 힘들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크루즈는 트럼프와의 일대일 경쟁 구도를 위해 케이식과의 단일화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경선을 중도 포기한 루비오의 크루즈 지지 발언은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앞으로 당원들만 참여하는 코커스(당원대회)나 폐쇄형 경선 지역이 많이 남아 있어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자가 투표할 것이라는 점도 크루즈에게 유리한 점이다.


이렇게 케이식이나 크루즈는 나름대로의 셈법을 동원해 승리 가능성을 점치고 있어 두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러나 어떠한 시나리오하에서도 경선 과정에서 트럼프의 1위를 저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다수 의견이다. 이 때문에 공화당 주류는 이제 단일화를 강조하기보다는 트럼프의 후보 지명을 막기 위해 그의 과반 확보를 저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느 후보도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대의원들의 자유투표로 최종 후보를 결정하게 되는 중재 전당대회(brokered convention)를 열게 된다. 공화당 지도부는 이를 성사시키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고 있다. 지도부는 주류와 관계가 좋지 않지만 트럼프를 저지할 가능성이 더 큰 크루즈와, 전통적 주류 세력이지만 전국적 지지를 많이 얻지 못하고 있는 케이식 중 누구를 지지할 것인지에 대해 내부적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아직은 본격적인 논의가 없지만 향후 경선 과정에서 크루즈와 케이식의 연대를 통해 각 주의 성격에 따라 어느 한 후보를 집중적으로 미는 전략을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18일(현지시간) 크루즈를 지지할 것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롬니는 “지금은 트럼피즘(트럼프주의)과 리퍼블리카니즘(공화당주의) 대결을 벌이는 상황”이라며 트럼프에 대항할 크루즈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저지 여부와 더불어 후보들의 본선 경쟁력은 공화당 지도부의 또 하나의 근심거리다. 트럼프는 현재 교육 및 임금 수준이 낮은 백인 보수적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고 있지만 그 외의 공화당 지지자들에게는 전혀 어필하지 못하고, 심지어 혐오감을 주기도 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일부 공화당 지지자는 트럼프에게 투표하는 것보다는 클린턴을 선택하는 것이 미국에 더 나은 선택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하는 상황이다. 사실 경선 과정에서 클린턴의 최대 약점은 신뢰성에 있었지만 윤리적인 면에서 가장 큰 비판을 받아온 트럼프와의 대결에서는 신뢰성 이슈가 클린턴의 경쟁력을 훼손하는 요인이 될 수 없다. 정치적 경험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교육 수준과 수입이 높은 중도 또는 부동층 유권자들을 끌어안기에도 클린턴이 유리하다는 점에서 트럼프에 비해 클린턴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할 수 있겠다.


본선에서 경쟁할 가능성이 큰 클린턴의 인기와 신뢰도가 현재로서는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라는 것은 공화당으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일 것이다. 최근 갤럽 조사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미국인(53%)이 클린턴 후보에게 비호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민주당과 공화당은 상황이 달라 보인다. 샌더스를 지지했던 민주당 지지자들은 본선에서 차선책으로 클린턴을 선택할 수 있지만 정서적으로 완전히 나뉘어 있는 공화당은 경선 과정에서 혐오하기까지 했던 반대편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유권자들이 얼마나 투표소로 나올 것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승자독식의 룰과 반트럼프 진영의 분열로 이미 트럼프의 1위가 굳어져 가는 분위기에서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의 최종 승리를 저지할 효율적 방안도, 그들이 선택하고 싶은 후보도 명확하지 않은 채 심란한 3월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오스틴(텍사스주)= 이소영 대구대 국제관계학 교수?soyoung.sy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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