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법」시비와 유권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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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8일 전국적으로 지역구 및 전국구후보 등록이 마감되면서 2·12선거전도 사실상 중반전에 접어들고 있다.
선거일을 2주일 가량 앞두고 각 당은 고위간부들의 회견, 공약발표와 당원단합대회등으로 선거전은 한층 가열되고 있으며, 합동연설회도 열리기 전부터 상대방의 물량공세와 폭력행위 그리고 탈법운동 사례를 폭로하는등「공명」시비가 한창이다.
영하10도를 오르내리는 이 혹한에 때아닌 기공식이 러시를 이루는가하면 이름있는 음식점은 연일 동창회·향우회·친목계등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는 신문 보도도 있다.
뿐만 아니라 당원용 금품이 공공연하게 일반 유권자들에게 살포되고있으며 선거구민에게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수 있는 당원복지증이 배부되기도 했다.
검찰은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서 타락의 조짐이 각처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중시, 불법선거운동을 집중 단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현행 선거법을 엄격히 적용하면 대상이 안될 후보자가 거의 없다고 하는 실정에서 사직당국이 어떻게 손을 쓸지 관심사가 아닐수 없다.
그러나 선거분위기의 과열을 막고 공명선거를 보장하는 일이 후보자나 정부만의 일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일임을 알아야겠다.
금품살포만해도 제각기 할말들이 있다. 입후보자들로서는 유권자들이 싫어하지 않으니 어쩔수 없다고 말한다. 유권자들은 또 받고도 찍지않으면 될 것이 아니냐고들 생각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10여차례에 걸쳐 투표를 해오면서 국민 사이에 이런 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선거풍토는 개미 쳇바퀴 돌듯 탈법선거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유권자 모두에게 주어진「한표」는 한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하고도 절대적인 권리다. 이것은 한 개인이 누구에게 주거나 금품을 받고 팔 수 있는 사유물이 아니라 신성한「공권」인 것이다.
이 한표의 권리가 깨끗하고 정당하게 행사될 때라야 민주주의가 토착화할수 있음은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유권자들이 바라니 어쩔수 없지않느냐』고 했다는 어떤 후보의 말은 정치인으로서 적어도 떳떳한 자세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유권자도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공명선거란 정부나 정당의 힘만으로 이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의식이다. 국민 각자가 주어진 권리를 어떤 압력이나 향응·금품등에 좌우되지 않고 행사할 때 비로소 성취할수 있다.
공명한 선거분위기의 확보는 바로 민주주의에 이르는 지름길이다. 받고도 찍지 않으면 될게 아니냐는 것은 주권자로서 너무 소극적인 마음가짐이다.
일부 정당이나 후보자들이 돈으로 표를 살수 있다는 생각을 갖지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불법·탈법행위를 적발하는 고발정신이 필요하다.
국민 모두가 살기 어려웠을 때는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고무신 한켤레 얻는게 대견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형편은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지 않은가.
후보자나 정당은 선거에 이기기위해 무슨 짓이건 다하려한다. 그것을 막는 길은 유권자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겠다.
공을 들이고 힘을 많이 써서 얻은 권리라야 더 값진 것이다. 12대총선만은 선거사상 가장 공명하게 진행되었다는 평가가 나오게 하기위해 유권자들이 어떻게 처신할 것인지 제각기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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