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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우승 도전' 레스터시티, 영국 베팅계도 뒤흔들다

중앙일보

입력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레스터시티 FC가 사상 첫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레스터시티의 행보에 영국 베팅 업체들도 술렁이고 있다.

2014-2015 시즌에 겨우 1부리그로 올라온 레스터시티는 승격한 지 두 시즌 만에 우승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레스터시티는 15일 영국 레스터의 킹 파워 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캐슬과의 2015-2016 프리미어리그 30라운드에서 전반 24분 일본 출신 공격수 오카자키 신지(30)의 오버헤드 킥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했다. 승점 63점(18승9무3패)을 기록한 레스터시티는 2위 토트넘(승점 58)과의 차이를 벌리고, 선두를 이어갔다.

영국 중부에 위치한 인구 33만의 도시, 레스터시티는 1884년 창단해 아직 잉글랜드 프로축구 1부리그 우승 경력이 한번도 없다. 그러나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한 끈끈하고 조직적인 역습 축구로 아스널·첼시·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체스터시티 등 쟁쟁한 우승후보들을 따돌리고 기적같은 첫 우승에 한발씩 다가서고 있다. 1992년 출범한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을 경험한 팀은 단 5개 팀(맨유 13회·첼시 4회·아스널 3회·맨시티 2회·블랙번 1회)에 불과했다. 알렉스 퍼거슨(75) 전 맨유 감독은 14일 인디펜던트와 인터뷰에서 "레스터시티가 리그 3경기를 남기고 우승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스터시티가 예상을 뒤엎고, 시즌 내내 우승권 전력을 과시하자 가장 크게 요동치고 있는 곳은 영국의 베팅 업체들이다. 영국의 대표적인 베팅 업체 윌리엄 힐은 개막 전 레스터시티의 우승 배당률에 5000/1을 책정했다. 100원을 걸었을 때 레스터시티가 우승하면 5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배당률에 대해 윌리엄 힐은 '가수 앨비스 프레슬리가 여전히 살아있거나 네스호의 괴물이 여전히 살아있을 확률과 맞먹는다'고 소개했다. 시즌 전 우승 배당률이 가장 낮은 팀은 첼시(1.2/1·15일 현재 10위)였다. 배당률 숫자가 낮을수록 우승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윌리엄 힐에 따르면 이번 시즌 개막 전, 레스터시티의 우승에 베팅한 사람은 단 12명에 불과했다. 로이터는 지난 8일 '레스터시티의 우승에 50파운드(8만5000원)를 걸었던 한 팬이 7만2000파운드(1억2200만원)를 받고 베팅업체에 도박권을 팔았다'면서 '만약 끝까지 갖고 있었다면 25만파운드(4억2500만원)까지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영국의 한 38세 목수는 5파운드(8500원)를 베팅해 한 베팅 업체로부터 3200파운드(544만원)에 도박권을 받는 협상을 제안했지만 거절했다. 그는 "재미삼아 베팅을 걸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루퍼트 애덤스 윌리엄 힐 대변인은 "만약 레스터시티의 우승이 실현되면 우린 약 200만파운드(약 34억원)를 지불해야 한다. 상업적인 이유로 우린 레스터시티 팬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미 레스터시티는 일부 팬들에 '대박 꿈'을 안긴 적이 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기준, 1위 팀 예측에 레스터시티를 5파운드에 건 한 팬이 배당률 1000배로 5000파운드(850만원)에 받은 일도 있었다. 케발 나케시르라는 이 팬은 "전 시즌 크리스마스 땐 레스터시티가 최하위였다. 남들이 레스터시티가 떨어질 거라고 하니까 욕심이 생겼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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