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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불법 광고물 홍수, 눈 피할 곳 없는 시각공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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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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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현수막이 어지럽게 내걸린 광주광역시 북구 운암사거리. 유동인구가 많은 이 곳은 휴일이나 새벽에 설치된 불법 광고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지방자치단체들이 도시 미관을 해치는 불법 광고물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불법 광고물이 홍수처럼 넘쳐나면서 전국 곳곳에서 시민들이 심각한 시각공해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고 있어서다. 노래방·주점·마사지 업소 광고물이 전국의 유흥가 골목길을 뒤덮고 있다. 성매매를 유도하기 위해 비키니 차림의 여성 사진과 함께 휴대전화 번호를 적은 전단도 무차별적으로 살포되고 있다. 지자체의 허가를 받지 않은 아파트 분양 광고와 자영업자들의 생계형 전단도 넘쳐난다. 여기에 4·13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정치 관련 불법 홍보물까지 가세하면서 전국이 불법 광고물과 홍보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도심 곳곳 광고 현수막·전단
성매매 유도 전단도 무차별 살포

도심 상가 지역에 오토바이를 타고다니며 사채업자의 연락처가 적힌 명함형 광고물을 뿌리거나 미분양 아파트를 홍보하는 현수막을 게릴라식으로 내거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일부 지역에선 아르바이트생들이 아파트 분양 안내 플래카드를 잠시 들고 서 있다가 장소를 옮기는 식으로 단속을 피하기도 한다.

지난 1월에는 대구 수성구의 도로변에 한 총선 예비후보를 비판하는 피켓과 차량 전광판이 설치된 사례가 있었다. 지난해 12월 대구시 중구의 도로 변에 국회의원 예비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는 피켓 4개가 설치된 것을 대구시선관위가 적발해 철거했다.

각 지자체는 불법 광고물을 수거할 경우 현금을 지급하고 이를 제도화하는 조례를 속속 만들고 있다. 경북 포항시는 지난달 광고물 수거보상제를 도입했다. 지난해 말 시의회가 ‘포항시 옥외광고물 등 관리조례’를 개정해서다. 조례에는 ‘벽보·명함식 전단 등 불법 광고물을 수거해 제출하는 경우 그에 따른 실비보상금을 예산의 범위 내에서 지급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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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벽보의 경우 30㎝, 세로 40㎝ 이상은 50장에 1000원, 그 미만은 100장에 1000원, 명함형 전단은 400장에 1000원을 지급한다. 지금까지는 수거하는 양에 따라 쓰레기종량제 봉투를 지급했다.

이 조례를 발의한 백인규 포항시의회 의원은 “시민과 함께 불법 광고물을 단속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충북 청주시, 전북 전주시, 충남 아산시 등이 지난해 시범실시에 이어 올 들어 본격 시행하고 있다.

청주시의 경우 지난 1∼2월 사이 1126만5800장이 수거됐다. 현수막이 3만1000여 장, 벽보 36만9000여 장, 전단 1085만9000여 장 등이다. 지급된 보상금은 2억9000만원에 이른다. 전주시는 지난해 8월부터 연말까지 시범 실시를 통해 120만장을 수거했다.

충남 천안시는 지난해 506건의 불법 현수막을 적발해 과태료 21억1100만원을 매겼다. 전년 12억1800만원(461건)보다 73.3% 늘었다. 이중 940개의 분양 현수막을 내건 A건설업체는 2억35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경남 김해시는 지난해 7~8월 세 차례에 걸쳐 불법 현수막 2500장을 붙인 한 지역주택조합 시행사 대표에게 과태료 4억7000만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불법 현수막이 많다 보니 재활용하는 곳도 있다. 대구 남구는 2004년 전국 처음으로 현수막 재활용 사업을 시작한 이후 4만1000개를 수거해 포대 12만3000개를 만들었다. 공공근로 인력이 재봉틀로 박아 만든 포대는 낙엽이나 쓰레기를 담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전통시장 상인들이 “쓰레기 담기에 좋다”며 얻어갈 정도로 인기다.

하지만 지자체의 이런 노력에도 불법 광고물은 뿌리 뽑히지 않고 있다.

박영헌 대구시 도시환경개선팀장은 “불법 광고물이 넘쳐나는 것은 적은 비용으로 홍보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며 “공무원의 단속만으론 한계가 있는 만큼 상습 위반 업체의 경우 과태료를 올리고 수거보상금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구·김해·포항·청주=홍권삼·위성욱·김윤호·최종권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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