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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용위원 국민께 드리는 글 전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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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여러분께 드리는 글

우선 그동안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진력하신 고건 총리, 이창동 문화관광부장관, 김진선 강원도지사 그리고 강원도 도민여러분께 그동안의 노고에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 프라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의 결과를 놓고, 또 저의 IOC 부위원장 진출과 관련하여 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들리는데 대해 평생을 스포츠를 통한 조국의 국위선양에 몸바쳐온 사람으로서 여간 유감스럽지 않습니다.

우선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그동안 저는 평창 유치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입니다. 이 사실에 대해 저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도 느끼지 않습니다. 지난 몇 달동안 서울에 있을 때는 물론 해외 출장중에도 항상 평창을 위해 진력해 왔습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 7월4일字 기사 와 스위스 르땅지(紙)의 7월4일자 기사 및 그 밖의 외신을 참조하기 바랍니다). 다만 IOC의 윤리 규정상 전 세계 IOC 위원을 상대로 한 저의 자세한 활동상을 밝힐 수 없어 안타까울 뿐입니다. 우선 공개된 저의 활동만 보더라도 프라하에 도착해 북한의 장웅 위원과 만나 평창 지지를 확인하고 북한의 핵위협 우려를 해소하기위해 노력했습니다.

또 프라하의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로비에서 내외신 기자들과 만나 평창의 승리를 확신한다고 밝히고,한국의 뛰어난 건설기술과 안전성 확보능력 등을 그 명분으로 내세운 바 있습니다. 저는 또 평창 프리젠테이션의 첫번째 주자로 나서 평창에 기회를 주면 18년 동안 IOC의 집행부에서 일한 저의 축적된 경험을 살려 반드시 사상 최고의 대회를 치르겠다며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또 평창의 유치성공은 한반도 평화에 크게 기여할것이라고 설득하며 IOC 위원들의 지지를 요청했습니다. 올림픽의 보편성 정신에 입각해 아시아 지역의 동계종목 활성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평창 유치의 당위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쟈크 로게 위원장 등 IOC 집행부 인사들도 프리젠테이션이 끝난 후 저의 호소가 너무 인상적이었다며 칭찬해 주기도 했습니다. 또한 외신을 통해 나온 기사들을 보면 제가 얼마만큼 평창을 위해 활동했고 기여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지난 2000년 동계 체전때 5명의 IOC위원을 초청했고, 또 금년 5월말 세계태권도연맹 창립 30주년 기념식에 12명의 IOC위원들을 초대했습니다. 이러한 행사 또한 평창의 유치성공에 도움을 주고자 한 것이었습니다.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계획 자체가 본인의 권유로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본인이 평창 동계 아시안 게임의 조직위원장으로서 국가경제가 어려운 IMF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성공시켜 동계올림픽유치의 발판을 마련한 것입니다. 또한 제가 프리젠테이션에서 IOC 부위원장 불추마 선언을 해달라는 유치위의 건의를 듣지 않은 것은 제가 부위원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나를 따르는 IOC위원들의 표를 결집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불출마 선언을 해 표를 모을 수 있었다면 왜 제가 하지 않았겠습니까? 평창 유치 성공은 국민적인 여망이었습니다. 오로지 한국스포츠의 발전과 국위선양을 위해 평생을 바쳐온 제가 무엇 때문에 그러한 국민의 여망을 외면하겠습니까? IOC내의 친한 세력들도 제가 불출마를 선언하면 이탈하겠다는 조짐을 보였고 유치위 집행부의 주장대로 했다면 평창의 지지표는 훨씬 줄었을 것입니다. IOC의 금기가 IOC 위원에 대한 정부의 압력과 보이코트 입니다. 그 문제는 사마란치 위원장 등 IOC의 고위 인사가 고건 국무총리 등 우리 측 인사들에게 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부위원장 선거는 마지막날 별도의 행사고, 여기에 출마한 것은 평창에서 2014년 동계올림픽 재도전 의사를 밝혔었고, 2005년에 있을 올림픽 정식종목 재평가에서 태권도가 제외되는 것을 막고, 또 한국스포츠 발전의 우산이 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아벨란제가 저의 부위원장 출마가 평창 유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국내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그 말은 아벨란제가 지난 6월 5일 캐나다의 한 지방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 코멘트로 뱅쿠버를 지지하는 아벨란제가 평창을 견제하기 위한 발언이었습니다. 우리가 월드컵을 유치할 때 아벨란제가 얼마나 반대했나를 생각하면 그의 저의를 알 수 있습니다. 공동유치 후에도 결승전 개최지 문제 등 중요사항이 있을 때마다 한국의 발목을 잡았던 인물이었음을 우리 국민들은 잘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1995년 부다페스트 IOC총회에서 저와 1999년 IOC 총회의 개최지 선정을 둘러싸고 격돌한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서울개최를 밀었고 아벨란제는 리오데자네이로 유치를 주장했습니다. 결국 표대결에서 60-30으로 제가 이겨 서울개최가 실현되었던 것입니다. 아마도 그때의 치욕스러운 패배의 앙금이 남아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1999년 서울 IOC 총회는 평창 유치에 큰 발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노르웨이의 하이버거가 유치위 인사에게 저의 출마를 막아주면 평창을 도와주겠다고 제의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는 제가 정부압력으로 출마 못할 것이라고 흑색선전을 하고 다녔고, 여러 외신에도 보도 됐듯이 그는 뱅쿠버와 사업상의 깊은 유착관계에 있었던 인물로서 그 때문에 투표하루전 이례적으로 그와 밴쿠버와의 유착관계를 로게위원장이 직접 해명하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가 평창을 도울 수도 없고 도울 사람도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김용학 의원과 일부 인사들은 “표분석 결과 평창이 66표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김운용 의원 때문에 상당수를 잃어 1차에 51표를 얻는데 그쳤다.”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저는 제가 부위원장 선거에서 얻은 55표가 평창이 얻은 득표수와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를 지지했던 위원들이 평창을 지지한 것이지, 밴쿠버를 지지했던 위원들이 평창이 탈락하자 그 보상으로 부위원장선거에서 저를 지지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근거는 앞서 말씀드린 외신을 통해서도 확인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부 유치위 및 체육계 인사가운데는 또 나를 평창유치위원회의 위원장을 시켜주지 않았기 때문에 협조에 소극적이었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는 천부당만부당한 말입니다. 어느 유치도시도 IOC위원이 유치위원장을 맡은 적이 없으며 또한 IOC의 윤리규정 때문에 맡을 수도 없습니다.

또 국회 외통위 질의에서 내가 외무장관에게 대사나 공관직원들이 평창유치를 위해 너무 열심히 뛰게 하지 말라고 했다며 마치 내가 평창 유치를 방해라도 했다는 듯한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거두절미된 보도로서, 그 몇일전 청와대의 오찬에서 공로명 유치위원장이 대통령께 공관과 상사직원들의 지나친 유치활동 때문에 IOC의 윤리위로부터 경고를 받았다고 보고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 그날 질의에서 외무장관에게 주의를 부탁했던 것입니다. IOC는 유치위가 규정을 위반했을 때 자격을 박탈할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IOC의 수뇌부와 위원들은 평창과 본인의 선전을 축하해 주었고, 2014년 유치를 위해 노력하면 꼭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해 주었습니다. 그동안 평창 유치를 위한 저의 활동과 관련된 모든 것을 있는대로 사실대로 밝혔습니다. 이 모든 사실을 국민들께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지 말고 2014년을 위해 온 국민이 힘을 결집해 새로운 비전을 시작해야 할 때라 생각합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IOC위원으로서 그간의 기대와 성원에 미치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이만 줄입니다.

2003. 7. 7

IOC 위원 김 운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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