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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초 남기고 결승 자유투, 오리온 구한 잭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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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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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과 울산 모비스의 4강 플레이오프(PO) 1차전. 4쿼터 종료를 10.9초 남겨놓고 양팀은 68-68 동점으로 맞섰다. 고양 오리온이 공격권을 잡은 상황에서 모비스는 반칙 작전을 폈다. 팀파울 2개였던 모비스는 종료 9.1초 전과 7.6초 전에 오리온의 조 잭슨(24·미국·사진)에게 잇따라 파울을 했다. 프로농구에서는 한 쿼터에 팀당 5개부터 팀 파울이 적용돼 상대팀에 자유투를 준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파울 작전을 펼쳐 상대 공격 리듬을 끊기도 한다.

모비스 유재학, 반칙 작전 승부수
잭슨, 2구 놓친 뒤 리바운드 따내

그런데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종료 5.3초 전 또 다시 잭슨에게 파울을 지시했다. 예상을 뒤엎는 작전이었다. 자유투를 얻어낸 잭슨은 1구를 성공했고, 2구를 실패한 뒤 리바운드된 공을 잡아냈다. 결국 경기는 오리온의 1점차 승리.

오리온(정규리그 3위)은 4강 PO(5전3승제) 1차전에서 모비스(정규리그 2위)를 69-68로 꺾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4강 PO에서 1차전 승리팀의 챔피언결정전 진출 확률은 73.7%(38회 중 28회)다.

경기 후 유재학 감독은 “잭슨에게 계속해서 파울을 해서 일부러 자유투를 주자는 심산이었다. 양동근이 반칙이 4개였고 체력이 떨어져 연장에 가면 어렵다고 판단했다. 자유투가 좋지 않았던 잭슨이 자유투 1개를 넣으면 남은 시간동안 2점을 넣고, 자유투 2개를 모두 넣으면 3점슛으로 승부를 보려했다”고 말했다.

모비스는 자유투를 준 뒤 작전타임을 갖고 하프라인부터 약속된 플레이를 펼칠 계획이었다. 만 가지 수를 가졌다해서 ‘만수(萬手)’라 불리는 유재학 감독이라서 시도할 수 있는 전술이었다. 유 감독은 큰 승부 때마다 과감한 작전을 펼쳐 최근 챔피언결정전에서 3년 연속 우승했다. 하지만 이날 승부수는 실패로 끝났다.

경기 후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잭슨의 마지막 자유투는 운에 맡겼다. 오히려 그 다음 우리의 수비가 중요하다고 봤다”며 “행운이 따랐는지 2구가 들어가지 않았다”고 했다.

잭슨은 “그런 상황에서 반칙을 당한 건 처음이라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시간을 흐르게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유투 2구를 실패했느냐’는 질문에 잭슨은 “난 코트에서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고 밝혔다. 팀 동료 애런 헤인즈는 “잭슨이 두 번째 자유투를 실패한건 최고의 실수였다”고 말했다.

이날 오리온은 2쿼터까지 3점슛 2개를 넣는데 그쳤다. 3쿼터까지 오리온이 52-51로 근소하게 앞섰다.

오리온은 4쿼터 종료 1분18초를 남기고 문태종이 3점슛을 성공시켜 68-66으로 앞서나갔다.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4쿼터의 사나이’라 불리는 문태종을 3쿼터부터 투입하는 전략을 펼쳤다.

모비스는 손가락 부상에도 투혼을 불사른 아이라 클라크가 종료 10.9초 전 2점슛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잭슨의 자유투 1구가 결승점이 됐다. 양 팀의 2차전은 10일 울산에서 열린다.

울산=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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