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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한두 번 우주서 들려온다는 외계인 목소리…알고 보니 중성자별 폭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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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쿠쿵.” 지난해 4월 호주 파크스천문대 전파망원경에 정체불명의 우주 전파가 감지됐다. 지구로 전해지는 통상적인 우주 신호보다 수백 배 이상 강력했다. 이런 현상은 2007년 이후 매년 한 차례 이상 서로 다른 전파망원경에서 관측됐다. 그 중엔 태양이 1만 년 동안 내뿜는 에너지를 담고 있을 정도로 강력한 전파도 있었다. 반복성과 강력한 세기를 근거로 일부 호사가들은 “외계 문명이 지구로 보낸 ‘외계인의 목소리’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음모론에 맞선 과학

천문학자들은 다국적 연합팀을 꾸려 원인조사에 착수했다. 우선 강력한 전파 현상에 ‘빠른 전파 폭발(Fast Radio Burst·FRB)’이란 이름을 붙였다. 지난 2년간 연구를 진행한 호주·일본 등 다국적 연구팀은 지난 2월 지구에서 60억 광년 떨어진 은하계를 FRB 발생 장소로 지목했다. 여기엔 세계 최대 규모의 하와이 스바루 망원경이 동원됐다. 사이먼 존스턴 호주과학원 책임연구원은 “전파 폭발 장소를 확인한 만큼 조만간 폭발 원인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문학자들은 초고밀도 중성자별 충돌을 강력한 에너지의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성자별은 태양의 10배 크기 초신성이 폭발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별로 강력한 자력을 지닌다. 이들이 충돌하면 강력한 에너지가 생성되고 이는 우주 공간을 따라 전파된다. “FRB는 외계인의 신호”라는 주장에 대해 에번 킨 박사는 “그들의 상상력을 인정하지 못해 미안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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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의 목소리’ 규명에서 시작된 FRB 연구를 통해 그동안 감춰졌던 우주의 비밀도 한 꺼풀 벗겨지고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와 캐나다 맥길대가 공동 참여한 연구에선 2012년 11월과 2015년 5월 각각 관측된 FRB가 동일한 지점에서 발생해 지구로 전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FRB가 3년이란 시차를 두고 지구로 전달된 과정을 연구하면 우주에 퍼져 있는 암흑 물질의 비밀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연구 결과는 지난 2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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