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공 근무태만으로 엘리베이터에 갇혀 굶어 죽은 중국 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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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발생한 엘리베이터와 아파트 건물, 소후뉴스 캡처]

중국에서 정비공들의 근무태만으로 43세 여성이 엘리베이터에 갇힌 채 굶어 죽는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졌다고 6일 북경청년보(北京靑年報)가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이 정비공들은 춘제(春節)를 앞둔 1월 말 중국 시안(西安)의 한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가 고장났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나섰다. 아파트 관리인은 이 정비공들이 엘리베이터를 1층에 세우고 안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 수사 결과 그들은 건물 10층과 11층 사이에 멈춰 있는 엘리베이터에 대고 "누가 있느냐"고 소리친 뒤 문을 열어보지도 않은 채 엘리베이터 전원을 끄고 춘제 휴가를 즐기러 떠난 것으로 밝혀졌다.

엘리베이터에 갇혀 있던 피해자는 이 건물에 혼자 살던 43세 여성으로, 한달도 더 지난 1일에야 이 건물을 찾은 다른 정비공에 의해 시신으로 발견됐다. 엘리베이터 내부엔 사방에 손톱 자국이 남아 있었고, 엘리베이터 문을 열려고 시도한 탓에 손가락이 크게 훼손돼 있었다.

지역 언론에 따르면 이 여성은 정신병을 앓고 있었으며, 오래 전 가족들을 떠나 종적을 감춰 실종 신고된 상태였기 때문에 아무도 그를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다.

아파트 주민들은 소홀한 건물 관리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였다. 한 거주자는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파트 관리업체측은 늘 서비스에 소홀했으며 주민들의 불만을 종종 무시했다"고 밝히며 "내가 사는 건물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소름이 끼친다"고 분개했다.

중국 경찰은 이 사건을 과실치사로 보고 아파트 관리업체와 엘리베이터 수리업체 관계자들을 체포했다. 중국 건물관리 업체의 안전규정 위반과 소홀한 일처리는 심각한 사회문제다. 시안에서는 지난해 7월에도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백화점의 에스컬레이터가 무너지면서 30대 여성이 추락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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