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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 팔각정휴게소, 자전거 600대 주차장 된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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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 시륜제에 참석한 동호인들의 자전거가 북악 팔각정휴게소 마당에 주차돼 있다. 김성룡 기자

도심 자동차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휴게소가 휴일인 6일 오후 자전거 주차장으로 변했다.

나란히 줄을 맞춰 주차된 자전거들은 '북악 시륜제' 행사에 참가한 동호인들의 자전거다. 산악회가 '시산제(始山祭)'를 하듯 자전거 동호인들은 '시륜제(始輪祭)'를 한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북악 시륜제'는 봄철 본격적인 시즌을 시작하는 자전거 동호인들이북악 팔각정에 모여 한 해의 안전라이딩을 기원하며 고사를 지내는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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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륜제 참석자들 중 가장 고령인 한 동호인이 절을 하며 안전 라이딩을 기원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하필 장소가 해발고도 342m의 북악산 꼭대기인 이유는 이 곳이 자전거 동호인들에게는 성지(聖地)이기 때문이다. 남산과 더불어 도심에서 오르막 훈련을 할 수 있는 곳이어서 겨울철을 제외하고 늘 자전거 동호인들로 북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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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 시륜제에 참석하는 자전거 동호인들이 경사진 오르막 길을 오르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날 시륜제에 참석한 동호인들은 자전거를 주차시킨 후 각종 자전거 용품이 놓인 고사상 앞에 모여 절을 하며 한 해의 안전을 기원했다. 통상 돼지머리가 놓이는 고사상에는 자전거 라이딩 시 즐겨 먹는 양갱과 바나나, 파워젤, 에너지바 등이 놓였다. 행사를 마친 참가자들은 주최측에서 준비한 떡과 경품을 받아 삼삼오오 동호회 별로 라이딩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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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품에 당첨된 한 동호인이 상품인 헬멧을 들고 기뻐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북악 시륜제'는 일반적으로 각 동호회별로 치러지던 시륜제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진행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평범한 동호인들이 의기투합을 해 2014년부터 시작됐다. 시륜제 첫 해인 2014년 200여 명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500여 명, 올해는 650여 명의 자전거 동호인들이 참여했다.  행사를 기획한 이석휘(32)·이규원(30)씨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서로 얼굴 보며 안부도 묻고 즐겁게 시즌을 시작하는 모임을 만들고 싶었다"고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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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륜제를 마친 동호인들이 기념사진을 찍으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북악 시륜제'는 오늘로 끝이 아니다. 이들은 행사에서 모은 고삿돈 중 기본 경비를 제외하고 남은 돈으로 봉사활동을 벌인다. 보육시설인 서울 상암동 삼동소년촌을 방문해 이 곳에 비치된 50여대의 자전거를 무상으로 수리해 준다. 올해는 오는 4월 삼동소년촌을 방문할 계획을 갖고 있다.

또 소년촌 원생들과 함께 수리된 자전거를 타고 행주대교 인근 국숫집에서 식사도 할 예정이다. 이날 시륜제에 참가한 동호인들은 취미와 봉사를 함께 할 수 있어 더 의미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글=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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