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메이저리그 올라가면 그때 인터뷰할게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형님!"

이대호 선수가 크게 소리쳤습니다. 물론 제게 형님이라고 한 건 아니죠. 저와 함께 미국 애리조나 캠프 취재를 하는 김선우 해설위원을 부른 겁니다. 소리가 너무 우렁차서 깜짝 놀랐습니다. 피오리아에 있는 시애틀 매리너스 훈련장에 도착해서도 한참 동안 이대호 선수를 찾지 못한 채 헤매고 있었는데요. 이대호 선수가 '김선우 선배'를 먼저 발견한 거죠.

[김선신의 신선한 MLB] ③ 이대호의 꿈은 모두의 꿈이다

이대호 선수는 정말 즐거워 보였습니다. "전 아직 드릴 얘기가 없습니다. 다른 선수들 취재하느라 바쁠 텐데 왜 저한테까지 오셨어요? 메이저리그 올라가면 그때 인터뷰할게요. 하하." 물론 저희 놀리려고 농담으로 한 말이죠.

저희가 캠프에 갔을 땐 이대호 선수의 아내와 딸 효린이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선수 가족이 훈련장에 오는 걸 상상하기 힘든 데 메이저리그 문화는 상당히 다릅니다. 아내와 딸 앞에서 메이저리그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이대호 선수는 더 기분이 좋은 것 같았습니다.

김선신 인스타그램 설명 : "자신감빼면 시체였는데, 이제는 노력도 좀 해야할것 같습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꼭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다른 선수들에게는 이것저것 타격폼 지도를 하는 코치들이 이대호 선수 타격폼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nice, very nice"라고 얘기합니다.

동행 취재한 허구연 해설위원이 "대호는 한국과 일본에서 훈련을 많이 했는데, (훈련량이 적은) 미국에선 괜찮은가"라고 물었습니다. 이대호 선수는 "몸을 잘 만들고 왔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쇼"라고 씩씩하게 답했습니다. 지난 1월부터 롯데 자이언츠의 애리조나 캠프에서 열심히 준비한 덕분이겠죠.

이대호 선수가 인터뷰에서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건 제 오랜 꿈입니다. 동시에 저를 응원해주시는 팬들을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팬들이 제가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걸 정말 보고 싶어 하셨거든요."

이대호 선수가 롯데 자이언츠에서 뛸 때부터 열성적으로 응원해준 팬들이 있다고 합니다. 일본까지 날아와서 이대호 선수들 응원하는 팬들입니다. 이대호 선수와 그 팬들은 시즌 후 모임을 갖고 선물도 주고 받는다는데요. 이대호 선수가 미국 진출을 앞두고 고민할 때 한 팬이 "왜 이대호 선수 혼자 모든 부담을 떠안으려고 하느냐. 우리가 있지 않느냐. 이대호 선수가 혹시 실패하고 좌절하더라도 변함없이 응원해줄 우리가 있지 않느냐"고 말했답니다. 이대호 선수의 열성 팬들은 "대한민국 4번 타자가 일본에서 활약하고, 미국에서도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응원했다고 합니다.

기사 이미지

이대호 선수는 말했습니다. "나 혼자만의 꿈이라면 미국에 오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팬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내 의지가 강해졌습니다. 물론 내가 이런 결정을 하기까지 무조건 믿고 따라준 아내도 큰 힘이 되어 줬죠."

이대호 선수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잔류 요청도 뿌리치고 미국 도전을 선택했습니다. 연봉 차이도 많이 나고, 메이저리그 로스터 보장도 되지 않는 계약이었죠. 현실적인 판단만으로 그렇게 마음 먹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팬들이 응원하고, 가족이 믿어주니 이대호 선수가 힘이 난 것 같습니다. 이대호 선수 얘기를 들어보니 왜 그렇게 신났는지 알 거 같더군요.

김선신 인스타그램 설명 : "단 한 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 끝난 뒤엔 지겨울 만큼 오랜동안 쉴 수 있다는 것" 트레이너는 이대호 선수의 달리기 이후에 "Lee!! you are great" 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습니다. 모든 훈련에서 세밀한 관찰과 관심이 함께하는 느낌이었어요.

저희가 그늘 한 점 없이 햇볕이 뜨거운 피오리아 훈련장을 돌아다니자 이대호 선수가 또 소리쳤습니다. "여기 음료수 좀 가온나. 힘들게 취재하시는데 접대 해드려야지." 통역원이 저희에게 시원한 음료수를 주더군요. 무뚝뚝한 줄만 알았던 이대호 선수가 미국에서 얼마나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오늘(한국시간 6일) 이대호 선수가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첫 안타를 쳤다고 들었습니다. 캐나다에서 비자를 받고 이날 새벽 1시에 돌아와 잠도 제대로 못 잔 상태로 LA 에인절스에 나섰다는데요. 메이저리그 첫 타석 초구를 때려 안타를 쳐냈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요? 안타 타구처럼 이대호 선수의 꿈도 훨훨 비상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김선신 MBC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