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사스 마스크 벗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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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세계가 마침내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의 공포에서 벗어났다. '사스 감염지역'으로 끝까지 남아 있던 대만이 지난 5일 사스에서 해방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대만에서 최근 20일 동안 사스 감염자가 새로 생기지 않아 감염지역 명단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사스는 일단 '통제 상태'로 들어갔다.

사스는 지난해 11월 중국 광둥(廣東)에서 환자가 처음 발생해 32개 국가, 8천4백39명을 감염시켰으며 8백12명의 사망자를 냈다.

사스 감염지역 해제를 발표하면서도 WHO는 '경계 경보'를 늦추진 않았다. 그로 하를렘 브룬틀란트 사무총장은 "전세계가 사스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며 사스에 관한 많은 의문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감염자 가운데 2백여명이 아직 병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감염 경로나 치료법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홍콩.대만의 의료 전문가들은 "사스가 계절성 전염병이 돼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21세기 첫 신종 전염병으로 기록될 사스는 사망률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높은 9.6%에 이르렀다.

중화권인 중국.홍콩.대만.싱가포르는 전세계 감염자의 94%를 차지해 커다란 인명 피해와 경제적인 타격을 입었다.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사스 때문에 관광.무역.서비스 분야가 타격을 받아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0.5%포인트 낮아지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한편 41일 만에 사스 감염지역에서 벗어난 대만은 지난 5일 '샴페인 축제'등으로 들뜬 가운데 대만 정부는 앞으로 3억 대만달러(약 1백5억원)를 들여 대대적인 관광유치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유시쿤(游錫坤)행정원장은 "타이베이(臺北)의 경우 사스 탈출에 걸린 시간이 베이징(北京)보다 22일 빨랐다"고 자축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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