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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금리는 답이 아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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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에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다. 많은 국가가 빚을 내지 않고는 성장하기 어려운 지경에까지 몰렸다. 물론 빚을 내서 성장하는 방법도 있다. 단, 이자율보다 높은 성장률이 뒷받침돼야 유효한 정책이다. 성장으로 거둬들인 수익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져야 한다면 정책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홍 트란 국제금융협회(IIF) 수석전무

지금 경제 상황을 보면 옛날이 그리워진다. 지금 1달러를 투자해 거둘 수 있는 성장률은 10년 전에 비해 초라한 수준이다. 같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 더 많은 자산을 투자해야 한다. 묘수를 찾기 위해 고민하던 각국 정부는 마이너스 금리라는 대안을 내놨다. 일본은행(BOJ)과 유럽중앙은행(ECB) 등 일부 선진국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했다. 현금 자산의 가치를 떨어뜨려 소비와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이다. 나는 마이너스 금리가 가져올 부작용이 걱정이다. 마이너스 금리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다. 국민과 기업의 재산권에 영향을 미친다.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해도 공급 과잉 상황에선 기업이 새로운 투자에 나서기 어렵다. 글로벌 수요가 부족한데 금리만으론 해결할 수 없다. 소비 감소 원인은 은행 이자율이 높아서가 아니다. 저축한 자금을 사용하기 불안해서다. 경기 불안과 사회 안전망에 대한 불신이 원인이다.

일본과 유럽은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하지 않은 채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극약처방에도 약효를 내지 못하는 배경이다.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국민에게 세금 형태로 돈을 빼앗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가계와 기업의 주머니만 털 수 있다. 과잉 부채와 유동성 함정에 빠진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내가 마이너스 금리에 부정적인 이유다.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원인을 살펴보자. 국제교역 감소와 조로증을 앓고 있는 신흥국 경제, 원자재 가격 하락 압박을 꼽을 수 있다. 단기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세계 경제는 6년 연속 3% 이하의 성장세를 보여왔다. 앞으로 이 추세는 더 길어질 것이며, 6년 이상으로 오래 지속될 것이다. 세계 경제가 탄탄하게 성장할 요인이 생겨나지 않는 한 저성장 기조가 계속될 전망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세계 각국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금리를 내렸다. 생산성이 떨어지고 노동력이 줄어들면서 부채 리스크가 커졌다. 지금은 더 많은 부채가 있어야 국내총생산(GDP)을 높일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럴 땐 멀리 바라보며 문제를 하나씩 풀어야 한다. 글로벌 저성장 위기를 돌파하려면 각국이 통화정책에만 의존하지 말고 정교한 재정정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인프라와 공공투자 확대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이 더 효과적이다. 국가별 또는 주요 20개국(G20) 등 국가 간 정책조율이 필수다. 어느 정도의 손실을 감내하더라도 양보와 타협을 통해 함께 성장할 길을 찾아야 한다.

안타깝게도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리더십을 본 지 오래됐다. 올해도 세계 경제는 어려울 전망이다. 세계 GDP의 절반을 담당해온 중국 경제가 둔화되고 있다. 신흥국 경제는 앞으로 더 하락할 것이다. 중국의 자본 유출은 올해도 계속될 것이다. 신흥국에서의 자본 유출 역시 이어질 것이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좀 더 정교한 대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 홍 트란 국제금융협회(IIF) 수석전무

※ 세계경제연구원 2월 23일 강연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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