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누가 왜 흘렸나…선관위, 진상조사 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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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4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천 내부 심사용 여론조사 자료 유출은 절대로 공천위에서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 김상선 기자]

새누리당의 공천 심사용 여론조사 결과 유출 파문이 심상치 않다. 선관위 조사라는 ‘극약처방’까지 등장했다.

이한구 “공천위 흔들려는 의도”
살생부 몰렸던 비박 “공천위 책임”
사회적 비리 혐의 명단도 나돌아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4일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천위에서 사용하는 자료 중 특히 숫자가 있는 자료는 민감하기 때문에 절대 밖으로 유출할 수 없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유출자를 색출하고 동기를 추궁해 공천위를 흔들려고 하는 식의 움직임을 빨리 차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공천위원이 아닌 제3자가 공천위를 무력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문건을 유출했다는 주장이었다.

 선관위는 즉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서울시 선관위 직원들은 이날 낮 12시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여연) 여론조사실을 기습 방문해 문건 작성 및 유출 여부를 조사했다.

여연 관계자는 "평소 당직자들도 출입이 제한된 곳인데 총선 직전 ‘작전사령부’가 뚫렸다”고 허탈해 했다.

중앙선관위 측은 “여론조사 결과가 허위일 경우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사실일 경우엔 미등록 여론조사 결과 공표죄에 해당돼 검찰에 수사의뢰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태의 관건은 두 가지다. 하나는 유출된 문건이 실제 당의 여론조사 결과와 일치하느냐다. 이한구 위원장은 “여연에서 나온 것으로 의심되는 자료가 어떻게, 어떤 동기로 유출됐는지 별의별 얘기가 다 돈다”며 “그런 자료들은 절대로 존재를 얘기할 수도, 내용을 얘기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공천위원인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은 “(공천위에서) 봤던 것과 숫자, 이름, 지역이 조금씩 다르다”고 말해 여연 자료가 실제로 있음을 시사했다.

공천위는 1차 경선 대상 지역을 발표하기 전 경선에 참여할 후보자를 압축하기 위한 ARS(자동응답방식) 여론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지난달 22일 공식 발표했다. 김종석 여연 원장은 “지난 주말쯤 1차 여론조사 결과가 공천위에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 이 시기와 맞물려 서울 8곳, 대구 10곳 등 70여 곳의 여론조사 결과가 카카오톡 등으로 유포된 것이다. 허위로 만든 자료가 아니라 누군가 제3자에게 내용을 구두로 전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긴 것 같다는 말이 당내에서 나오는 이유다.

 또 다른 관심은 누가 어떤 목적으로 문건을 유포했느냐다. 이 위원장은 공천위 책임론을 반박했다. 그는 “공천위원들은 아무 관계가 없는데 무슨 책임을 지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여연 여론조사실이 공천위에 직접 보고하는 시스템인데 이 위원장이 어떻게 책임이 없을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후보들도 ‘소음’에 가세했다. 김희국(대구 중-남)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에 유출된 심사용 ARS 여론조사 방식은 수용할 수 없고 공천 심사 자료로 활용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여연 쪽에 확인한 결과 지역구당 조사 샘플이 500명으로 매우 적고 후보 이름도 가나다순 호명이었다고 한다”며 “1번 후보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불공정한 조사”라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날 오후엔 ‘사회적 비리 혐의자 경선 후보 및 공천배제 후보자 명단’이라는 제목으로 새누리당 공천 신청자 9명의 이름이 담긴 A4용지 1장짜리 문서도 카카오톡 등을 통해 퍼졌다.

글=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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