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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올해의 차 선정 과정 들여다보니…시속 200㎞ 넘어도 편안한 가속, 요철은 부드럽게 슥~ 명불허전의 에이스 12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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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경기도 화성시 자동차안전연구원 주행시험장에 2차 심사를 받기 위해 12대의 후보 차량들이 모였다. 신인섭 기자

‘중앙일보 올해의 차(Car of the Year· COTY)’ 심사위원들은 자동차 업계·학계·전문기자 등 경험이 10년 이상인 전문가로 이뤄진다. 여기엔 엔지니어 출신과 프로 레이싱 드라이버도 있다. 올해부턴 더욱 정밀하고 엄격한 선정 작업을 위해 ‘심층 토론’까지 3차 심사에 추가했다.

1차 PT 심사, 5대 1 치열한 경쟁
심사위원들 날카로운 질문 쏟아내
2차 심사선 12대 주행 평가
가속·급제동·급회전 등 검증
마지막 심층 토론서 수상 가려

# 송곳 질문 이어진 1차 PT

1차 심사에 합격하려면 ‘5대 1’의 경쟁률을 넘어야 한다. 시작부터 만만찮은 경쟁 차량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1차 심사에선 먼저 각 자동차에 대해 제조·수입 업체들이 특장점을 설명한다.

올해 아우디는 2인승 쿠페 ‘TT’의 주행 모습 등이 담긴 화려한 영상을 준비해 눈길을 끌었다. BMW와 미니는 정성껏 준비한 ‘뉴 7 시리즈’와 ‘클럽맨’의 프레젠테이션(PT) 자료를 내놓았다. 또 메르세데스-벤츠는 올리버 브리츠 제품담당 이사가 직접 방문해 고성능 슈퍼 스포츠카인 ‘AMG GT S 에디션 1’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질문에 답하는 열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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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들은 운전석 공간은 물론 타이어와 뒷좌석 기능까지 후보 차량의 구석구석을 점검하고 평가했다. [사진 오토뷰]

심사위원들은 시작부터 날카로운 질문들을 쏟아냈다. 아우디 TT의 경우 “차체의 알루미늄 사용 면적이 줄어든 게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다. 신개념 계기판인 ‘버추얼 콕핏’과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한국 소비자들에게 맞는지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안전성 역시 중요한 항목이었다. 위원들은 에어백의 세대수와 유로 신차평가프로그램(NCAP)의 충돌 시험 결과 등을 물었고, 담당자들이 당황하기도 했다. 간단하게는 대상 소비자층이 누구인지부터, 전문적으론 엔진의 제어 장치 변화 등에 대한 질문까지 줄을 이었다.

국산차에 대해선 더욱 날카로운 질문들이 쏟아졌다. 한국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차이기 때문이다. 가격 대비 성능이나 소비자 성향, 심지어 법인 판매 비율에 대한 내용도 질문에 담겼다. 현대 ‘투싼’은 함께 출품된 기아 ‘스포티지’와 어떤 부분에서 세밀히 다른지 설명해 달라는 질문으로 담당자를 당황케 만들었다. 여기에 제조공정·재료선택·친환경 기술부터 차량이 사회에 주는 이익까지 날까로운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답변을 내놓지 못하는 관계자들에겐 심사위원들이 답을 알려주기도 했다. “경쟁자를 따라가기보다 이끌어야 한다”는 아픈 충고를 던지기도 했다. 심사가 끝난 뒤에도 심사위원들은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으며 오랜 시간을 토론했다.

# 경주장 방불케 한 주행 평가

지난해 27개 브랜드가 출시한 52대의 후보 차량에서 1차 심사를 통과한 ‘에이스’들은 총 12대였다. 직접 차를 주행하면서 평가하는 2차 심사는 경기도 화성시 교통안전공단의 자동차안전연구원 주행장에서 진행했다. 주행 시험을 통해 자동차의 본질적인 면을 생생하게 파헤치기 위해서다. 2차 심사는 1차 평가 점수를 반영하지 않고, 백지 상태에서 다시 진행하며 공정성을 기했다.

2차 심사는 가속 시험을 시작으로 차의 안정성·거동 성능을 알아보는 급제동, 저속 슬라럼, 고속 슬라럼, 고속 주행, 내구로 주행 등을 거쳤다. 일반적인 도로뿐 아니라 가혹한 환경에서의 완성도까지 모두 검증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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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들은 운전석 공간은 물론 타이어와 뒷좌석 기능까지 후보 차량의 구석구석을 점검하고 평가했다. [사진 오토뷰]

가속과 제동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낸 모델은 메르세데스-벤츠의 ‘AMG GT S 에디션 1’이었다. 510마력의 강력한 출력이 도로 위의 타이어를 짓누르며 내달렸다. 땅을 울리는 배기음과 함께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지는 모습도 비췄다. 강력한 엔진 성능 만큼이나 빠르게 정지하면서 고성능 스포츠카의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정해진 구간을 지그재그로 돌아나가는 슬라럼 테스트는 고속과 저속으로 나뉘어 진행했다. 이 부분에서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했던 차는 한국GM의 ‘쉐보레 넥스트 스파크’였다. 경차라고 우습게 봤지만 핸들링 성능이 발군이었다. 아우디 ‘TT’도 슬라럼 코스를 달리며 과거 모델보다 향상된 주행 성능을 한껏 뽐냈다. 많은 심사위원도 강화된 차체와 완성도 높은 섀시에 감탄을 연발했다.

시험 구간을 달리고 돌아와도 12대의 자동차들은 쉴 틈이 없었다. 엔진룸을 확인하고, 트렁크를 열어가며 적재능력까지 살피는 위원들의 깐깐한 심사를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앞좌석 공간과 뒷좌석 공간을 오가며 실내도 평가했다. 특히 각종 편의장비를 직접 조작해 소비자들이 쉽게 다룰 수 있는지, 품질은 어떤지도 확인했다. 마감품질까지 따져 소비자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지 살펴보는 심사위원도 많았다.

편의장비·공간에선 제네시스 ‘EQ900’과 BMW의 ‘7 시리즈’가 맞붙었다. 둘 모두 각종 신기술과 고급스러운 마감, 넓은 뒷좌석 공간 등을 내세웠다. 심사위원장인 유지수 국민대 총장은 EQ900에 대해 “이전 에쿠스 모델의 새로운 차원을 열게 한 차”라고 평가했다. 디자이너인 김태완 완에디 대표는 BMW ‘7 시리즈’를 바라보며 “국내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들을 모두 가진 모델”이라며 “성능을 제외하더라도 BMW가 기울인 정성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니 ‘클럽맨’은 캐비닛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뒷문 구조의 덕을 톡톡히 봤다. 다른 해치백 모델과 달리 실용성에 대한 이점이 크게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미니 특유의 날쌘 주행 성능까지 겸비해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방지턱을 넘으면서 소음과 승차감을 평가하는 자리에선 기아 ‘K5’가 주목받았다. 중형급 세단이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와 견줄만한 뛰어난 승차감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특히 방지턱을 넘을 때 느껴지는 견고해진 차체 강성이 좋은 점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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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들은 운전석 공간은 물론 타이어와 뒷좌석 기능까지 후보 차량의 구석구석을 점검하고 평가했다. [사진 오토뷰]

고속 주행 시험에선 시속 200㎞ 이상을 넘나들며 파워 트레인(동력전달장치)과 고속 안정성 등을 평가했다. 차가 지날 때마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는 마치 전투기 소리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쉐보레 ‘임팔라’는 동급의 준대형 세단에서 느낄 수 없는 뛰어난 주행 안정감을 선보였다. 5m를 넘는 큰 차체를 가졌지만 고속 핸들링에서도 이상적인 면모를 보였다.

재규어 ‘XE’는 겨울용 타이어를 장착하고 나왔다. 낮은 기온의 노면 온도에서도 안전성을 끌어 내기 위한 수입사 측의 배려다. 하지만 정작 주행 당시엔 속도를 많이 낼 수 없다는 한계도 있었다. 그럼에도 뛰어난 기본기로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페라리 이사를 지낸 나윤석 칼럼니스트는 “동급 최초의 알루미늄 모노코크 보디를 사용해 완성도를 높였다”고 높이 평가했다.

내구로에서도 차량의 기량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특히 SUV들이 진가를 발휘했다. 쌍용 ‘티볼리’는 4륜 구동 시스템과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앞세우며 상급 SUV 못지 않은 주행력을 뽐냈다. 티볼리는 편의장비 평가에서도 높은 점수를 끌어냈지만, 불안정한 노면에서도 좋은 성능을 과시했다.

현대 ‘투싼’과 기아 ‘스포티지’는 심사 내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각각 소음과 승차감·주행성능·감각적 부분 등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반복하며 평가를 받았다. 디자인에선 작은 싼타페라 불리는 투싼에 대한 관심이 컸다. 하지만 가격 대비 성능과 구성이 승패를 갈랐다. 투싼보다 소폭 저렴한 가격대를 갖춘 스포티지의 점수가 높았다.

심사위원들만 바쁘게 뛴 건 아니다. 올해엔 2차 현장에 각 제조사 담당자들도 함께 했다. 심사위원들의 궁금증을 현장에서 해소시켜 주기 위해서였다. 특히 기아차 국내 마케팅 실장인 서보원 이사는 바람이 매섭게 부는 시험장을 뛰어 다니며 차를 알리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BMW·쌍용차 등의 관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오전 9시에 시작한 시험은 해가 질 무렵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최종 3차 평가가 남아있었다.

지난 2월 24일 중앙일보 본사에 심사위원들이 다시 모였다. 각 부문별 차량에 대한 최종 검증을 위해 ‘심층 토론’을 벌였다. ‘올해의 차’ 선정과 더불어 다양한 부분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인 제네시스 EQ900에 대한 토론도 오갔다. 또한 궁극적으로 국내 소비자를 위한 자동차로 어떤 모델들이 각 수상 분야에 적합한지 추리기 위해 의견을 주고 받았다. 그렇게 한 달 간, 3차례의 심사를 거쳐 ‘중앙일보 2016 올해의 차’와 부문별 수상 차가 탄생했다.

이수기 기자, 오토뷰 김선웅 기자 startmotor@autoview.co.kr


심사위원 명단

강병휘 프로레이싱드라이버 김기범 로드테스트 편집장 김기태 오토뷰 PD 김태완 완에디 대표 나윤석 자동차 칼럼니스트 박상원 유엘코리아 부장 신홍재 아멕스카드 팀장 양정수 아우다텍스 코리아 이사 유지수 국민대학교 총장 이남석 중앙대학교 교수 이대운 AT&M 컨설팅 대표 이수기 중앙일보 기자 장진택 카미디어 대표 허승진 국민대학교 학장 윤대성 한국수입차협회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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