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를 피해 2개월간 잠적하고도 매달 수백만원의 의정활동비를 받아온 기초의원이 또다시 활동비를 지급받게 됐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의회는 3일 제214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어 차경섭(61) 의원에 대해 출석정지 30일 징계를 결정했다. 차 의원은 억대 사기 혐의로 피소되자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2개월 넘게 모습을 감춘 뒤 의회에 출석하지 않다가 지난달 19일 검찰에 붙잡혀 구속됐다.
의회는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고 도피 기간 공식 입장도 없이 사실상 의정 활동을 포기한 차 의원에 대해 제명보다 한 단계 낮은 출석정지 징계를 했다. 이에 따라 차 의원은 구속된 상태지만 오는 21일 또다시 의정비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지방자치법과 관련 조례에는 의원 신분만 유지하면 의정비를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의회 측은 차 의원의 의회 무단 불출석만 징계 사유로 심사해 최고 수준의 징계인 제명까지는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조승유(52) 윤리특별위원장은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아직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지지 않아 제명을 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의회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제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광산구청 한 간부는 "스스로 떳떳하지 못했기 때문에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잠적한 것은 사실상 의원 신분을 포기한 것 아니냐"며 "출석정지는 소극적 징계"라고 지적했다.
한편 광주지검 형사1부(부장 전승수)는 차 의원을 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차 의원은 지인에게 2억원을 빌린 뒤 갚지 않고 같은 피해자의 자녀가 구청에 취직하도록 도움을 주겠다는 명목으로 4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차 의원에 대한 추가 조사를 위해 구속 기간을 연장했으며, 조만간 재판에 넘기기로 했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