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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e판결] 대법원 “세월호 사고 후 자살한 단원고 교감, 순직으로 볼 수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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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뒤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단원고등학교 전 교감 강민규(당시 52세)씨의 순직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강씨의 부인 이모 씨가 “순직유족급여를 지급하라”며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강씨는 세월호 침몰 당시 해경에 구조됐다가 이틀 뒤인 2014년 4월18일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있던 진도실내체육관 뒤편 야산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200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혼자 살기 벅차다. 나에게 모든 책임을 지워달라. 내가 수학여행을 추진했다. 시신을 찾지 못하는 녀석들과 저승에서도 선생을 할까”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유족은 강씨 자살이 순직에 해당한다며 순직유족급여를 청구했다가 거부당했다. 소송에서도 1심부터 내리 패소했다.

전문의들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일종인 ‘생존자 증후군’을 강씨가 자살하게 된 원인으로 진단했다. 이에 재판부는 강 교감의 자살이 생존자 증후군으로 인한 공무상 재해에는 해당하지만 순직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생명ㆍ신체에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인명구조 등을 수행하다가 위해를 입고 이런 위해가 직접 원인이 돼 사망한 경우’를 순직으로 본 공무원연금법 규정에 맞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1ㆍ2심은 “강씨가 학생 등에 대한 구조작업을 하다가 자살을 하게 될 정도로 생존자 증후군을 입게 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강씨 자살의 원인은 수학여행 인솔책임자로서 자신만 살아 돌아왔다는 죄책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장혁진 기자 analo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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